더 행복한 건강생활 28
영양사・식생활연구가 이영인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은 단연 귤이다. 훈훈한 실내에서 차가운 귤껍질을 훌훌 벗겨 내는 손끝의 감각이 즐겁고, 상큼한 귤 향이 퍼진 공간에서 잠시 12월의 냉기도 잊어 본다. 이내 한입 가득 시원한 과육을 오물거리면 새콤달콤한 귤빛 온기가 알알이 퍼진다. 올겨울에는 귤로 만든 따뜻한 요리 한 접시와 함께 연말의 온정을 나눠 보자.
겨울철 비타민의 보고, 귤
귤속(Citrus)은 감귤, 오렌지, 레몬, 유자, 라임, 자몽 등의 과일을 맺는 나무를 포괄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감귤’이라고 칭하는 과일은 만다린 계통의 온주밀감이거나 만다린과 오렌지의 교잡 품종인 만감류이다. 온주밀감은 중국 원저우(溫州) 지방에서 유래하여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으로,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에 유입되어 1960년대 이후 재배 면적 확대와 함께 대중화되었다. 대부분 제주, 남해에서 10월 하순~1월 초에 재배되며 손으로 껍질을 까기 쉬운 대중적인 귤을 말한다(이하 온주밀감을 ‘귤’로 통칭). 만감류는 과즙이 진하고 오렌지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인 종류로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황금향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귤은 영양소가 풍부한 겨울 제철 건강 간식의 대표 주자다. 평균적으로 귤 100g당 비타민C가 55~60mg 정도 함유되어 있어, 하루에 귤 2개를 먹으면 성인 기준 1일 비타민C 권장 섭취량인 100mg를 거뜬히 충족할 수 있다. 또한 귤에 풍부한 유기산은 체액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되며 플라보노이드, 카로티노이드 등의 항산화 물질도 다량 들어 있어 건강 증진에 이롭다. 부위별로 보면, 귤 과육을 싸고 있는 반투명한 막에는 포만감을 주고 배변 활동을 높이는 식이섬유소가 특히 풍부하며, 귤껍질에는 염증에 효과적인 카로티노이드가 많아 예로부터 약재로 쓰였을 만큼 버릴 것 없이 알차다. 주로 생으로 섭취하나 주스, 잼, 통조림 등으로 가공하여 먹거나 요리, 디저트에 상큼한 향과 단맛을 더하는 데 쓰이는 등 귤의 활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귤을 고를 때는 표면에 윤기가 나고 상처가 없으며 껍질이 과육과 잘 붙어 있고 꼭지가 푸른 것이 좋다. 보관 시에는 소금이나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귤을 깨끗이 씻고 물기를 닦은 후 3~5°C 정도의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하기를 권장한다. 귤끼리 맞닿게 보관하면 껍질이 물러져 부패하기 쉬우므로 사이사이에 종이를 끼워 보관하면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귤과 깻잎 향의 상쾌한 조화
이달의 요리는 귤의 달콤한 산미,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 깻잎의 상쾌한 향이 어우러지는 별미로, 밥반찬으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귤껍질, 깻잎과 함께 말아 낸 돼지고기를 귤즙 듬뿍 넣은 양념에 졸여 내면 고기 냄새에 민감한 사람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일품요리가 된다. 영양적으로도 귤의 비타민C, 깻잎의 철분과 오메가-3 지방산, 돼지고기의 비타민B군이 균형을 이뤄, 몸과 마음이 정체되기 쉬운 겨울철 활력을 채워 주는 구성이다.
주재료인 귤, 돼지고기, 깻잎은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 먼저 귤 대신 천혜향, 레드향, 한라봉 같은 만감류를 쓰면 향이 더 진하고 단맛이 강해 풍미가 깊어진다. 산뜻한 향을 더하고 싶다면 귤소스를 만들 때 아가베시럽 대신 유자청이나 매실청을 섞어도 좋다. 깻잎 대신 미나리나 대파를 활용하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날 수 있고, 바질과 같이 잎이 넓은 서양 허브를 사용하면 이국적인 향을 즐길 수 있다. 레시피에는 귤의 신맛을 부드럽게 보완하도록 지방 함량이 적당한 목살 부위를 사용했으나, 조금 더 담백하게 응용하는 방법으로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 혹은 닭다리살이나 닭안심살 등도 대체재로 추천한다.
재료(2~3인분)
귤 3개(1개는 구이용, 2개는 즙용)
베이킹소다 1큰술
돼지고기 목살 300g(말이용으로
얇게 포 뜬 것, 8장)
깻잎 16장
맛술 1큰술, 소금·후추 적당량
올리브오일 1큰술
전분가루 2큰술
귤소스 재료
올리브오일 1큰술, 진간장 2큰술, 화이트와인 비네거 2큰술, 아가베시럽 1작은술,
디종 머스터드 1작은술, 생강가루 1/2작은술, 마늘 2개, 청양고추 1개, 소금·후추 적당량
만드는 방법
1. 돼지고기는 맛술과 소금, 후추로 밑간하여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깻잎은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해 두고 마늘, 청양고추는 편 썰어 준비한다.
2. 귤에 베이킹소다를 묻혀 껍질을 깨끗이 씻고 물기를 제거한다. 귤 1개는 가로로 3~4등분
해 두고, 남은 2개는 껍질을 벗긴 후 과육을 으깨 체에 거른 즙을 다른 귤소스 재료와 함께
섞는다. 껍질은 안쪽의 하얀 부분을 제거한 후 얇게 채 썬다.
3. 깻잎은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1의 돼지고기를 잘 펼쳐 전분가루를 묻히고
깻잎 2장을 겹쳐 2의 채 썬 귤껍질을 넣고 돌돌 말아 돼지고기로 다시 감싸 만다.
4. 팬을 중불에 가열하여 올리브오일을 두른 후 2의 자른 귤을 불 자국이 나게 굽는다. 귤을 덜어
낸 후 올리브오일을 더하고, 3의 돼지고기 말이를 노릇하게 굽는다. 귤 조림 소스를 부은 후 보글
보글 끓어오르면 돼지고기 말이 위에 소스를 부어 가며 조린다. 뚜껑을 덮고 약 5분 정도 더 익힌 후
접시에 담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