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대지의 향미. 시래기 콩탕

더 행복한 건강생활 29

by 이영인

영양사・식생활연구가 이영인


무가 제철인 가을부터 겨울까지, 농촌 마을 처마 밑 풍경만이 계절을 거스르듯 초록의 무청 이파리가 가지런히 널린다. 이내 바싹 마른 시래기 사이로 찬 바람이 불어오면, 땅 내음이 코끝을 스치며 따뜻하게 퍼진다. 푹 삶아 부드럽게 풀어진 시래기처럼, 시래기 콩탕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느긋하게 이완하며새해를 맞이해 보자.



초록의 영양을 간직한 시래기

시래기는 무청(무의 줄기와 잎) 혹은 배춧잎을 말려서 만든 묵나물로, 예로부터 가을부터 말려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과 봄에 푹 삶아 국거리로 널리 활용해 왔다. 관용적으로는 무청 말린 것을 시래기, 배추의 억센 겉잎을 말린 것을 우거지로 칭하기도 한다(이하 시래기는 무청 시래기를 뜻함).


깊고 구수한 향이 매력적인 시래기는 칼슘, 칼륨, 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A 등 건강에 유익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칼슘은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근육의 수축과 신경 전달을 돕는 역할을 하며,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높아진 혈압을 안정시키고 부종을 완화한다. 철분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주성분으로 체내 산소 운반을 도와 피로를 덜고 면역 기능을 유지한다. 특히 시래기에 풍부한 비타민A는 시력 보호와 피부 건강, 점막 유지에 도움을 주어 건조한 겨울철에 면역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다량의 수용성 및 불용성 식이섬유가 균형 있게 들어 있어, 적정량 섭취 시 혈당 조절, 장 건강, 포만감 관리 및 체중 조절 등건강상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단, 어린이나 노약자처럼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은 시래기가 부드러워지도록 충분히 불려 푹 익혀 먹는 것을 권장하며, 섭취량이 많아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시래기를 만들 때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시키면 무청의 엽록소가 파괴되어 색이 누렇게 변하기 쉽다. 따라서 품질이 좋은 시래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청을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천천히 말려 고유의 초록빛이 은은하게 남도록 해야 한다. 시중에서 시래기를 구입할 때는 색이 너무 검거나 갈색빛이 강한 것은 피하고, 줄기가 고르게 마른 것을 고른다. 특히 냄새를 맡았을 때 구수하면서도 비린 냄새가 없는 것이 좋다. 건시래기의 경우 밀폐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까지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니 사계절 내내 시래기밥, 시래깃국을 비롯해 나물무침이나 조림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해 보자.



콩 단백질을 더해 더욱 든든한 한 끼

콩은 시래기에 부족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을 보완하고 고소한 풍미에 포만감까지 더하는 식재료로, 콩과 시래기의 조합은 겨울철 편안하고 따뜻한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콩탕은 강원과 경북 지역의 향토 음식이다. 지역마다 조리법에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콩물 또는 생콩가루를 물에 풀어 끓이다가 채소 부재료를 넣고 다시 끓여 양념한 것을 뜻한다.


이달의 요리는 무, 감자, 잘게 썬 배추, 시래기, 콩나물 등의 부재료를 더하고 된장, 고춧가루, 다진 파와 마늘을 넣고 끓이는 강원도식 조리법과, 생콩가루를 넣는 경북 지역 방식을 함께 응용하였다. 레시피에서는 미리 건시래기를 삶아 물기를 제거하고 1회 분량만큼 소분하여 냉동해 둔 것을 사용했다. 시래기 손질법은 건시래기를 2시간 정도 미지근한 물에 불렸다가 중불에 1시간 이상 푹 삶아 낸 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찬물에 여러 번 씻어 질긴 부분을 제거한다. 이렇게 손질하여 보관해 두면 해동 후 바로 조리하기 용이하다. 최근에는 바로 조리할 수 있는 냉장 또는 냉동 가공식품도 흔히 구할 수 있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보자. 한편 새우 가루나 국물용 멸치는 맛국물 내기용 조미료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콩 단백질을 더욱 든든하게 섭취하기 위해 생콩가루 대신 콩비지를 넉넉하게 넣고 더 되직하게 끓이거나, 두부를 썰어 넣어 맑은 국물로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시래기콩탕1.JPG 시래기 콩탕

재료

무 100g

삶은 시래기(냉동) 100g

들기름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물 500mL

새우 가루 1작은술

국물용 멸치 5개

된장 1큰술

생콩가루 3큰술

국간장 1작은술

대파 30g

홍고추 1/2개



만드는 방법

1. 냉동 시래기를 미지근한 물에 담가 30분 정도 해동하고 물기를 꼭 짠 후 5cm 정도 길이로 적당히

썬다. 무도 깨끗이 씻어 5cm 길이로 채 썰고, 대파와 홍고추는 어슷썰기를 하여 준비한다.

2. 1의 시래기와 무, 들기름을 냄비에 넣고 약불에 살짝 볶다가 다진 마늘을 넣고 2분 정도 더 볶는다.

물을 붓고 새우 가루와 손으로 잘게 부순 국물용 멸치를 넣고 10분 정도 중불에 푹 끓여 맛국물을 낸다.

3. 2에 된장을 잘 풀어 넣고, 다시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생콩가루를 넣어 15~20분 정도

더 끓인다.

4. 간이 부족하면 국간장으로 간을 더하고, 대파, 홍고추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인 후 그릇에 담아 먹는다.



image.png ⟨더행복한건강생활⟩ 2026.1월호, 대한보건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