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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린 Jun 19. 2022

남 탓은 이제 그만!

얼마 전, 팀을 위해 프리랜서 Q를 고용한 적이 있었다. Q가 출근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사무실의 온도 차이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Q가 출근하는 날엔 그동안 업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파티션 너머로 시도 때도 없이 직원들을 호출 해대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시키려고 해서 너무나 소란스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Q에게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권한을 준 적도 없었고, 사무실의 직원들과 협업을 할 필요가 별로 없는 일을 맡겼기 때문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사무실의 우리들은 각자의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Q는 다른 직원들 역시 각자의 업무가 있고, 그들의 스케줄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망각한 듯했다. 소통에 있어서도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루 종일 자리에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있으니, 모두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Q가 없는 날엔 우리끼리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던 시간에도 그저 Q의 눈치를 보며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나로서는 수개월간 노력해서 만들어 온 우리 팀만의 일하기 좋은 분위기가 망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소위 일하는 티를 내면서도 결과물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Q를 고용한 건 팀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오히려 팀원들에게 미안해졌다.


나는 누군가 계속해서 시끄럽게 자신의 업무를 생중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거나,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드러내면서, 결국엔 유리한 지점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이 잘못되어도 이 일은 내 책임이 아니라 상대방 때문이라는 면피성 행동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표현일 때도 있다.


우리가 일을 할 때마다, 늘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터에서 성과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반드시 결과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일을 하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는다.


일에 있어서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에, 다른 사람의 과오를 지적하는 건 쉽다. 남들이 해놓은 것을 보고 평가하는 일은 누구나 잘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 과정에 본인은 아무런 실책이 없었을까?


Q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디자이너의 실력과 업무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디자이너와 이미 수개월 동안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나는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었고 고용조건을 협의하기 전에 이미 Q에게 그러한 사전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는 Q의 불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방을 탓해야 하는 걸까?'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인을 뽑아내지 못했다고 하자. 우선,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예술작품이 아닌 상업적인 수단으로써의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좋은 디자인이란, 기획 의도가 명확하게 표현이 되고, 브랜드의 성격과 아이덴티티에 위배되지 않는 심미적으로 다수의 마음을 기쁘게 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독창적인 스타일이다.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디자인적으로 표현이 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아니다. 다만, 기획 내용이 누락되어 있거나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선명하지 않을 , 심미적으로 찬성하기 힘든 스타일이 전반적일 때, 그리고 브랜딩 가이드 크게 위배될 때는 문제가 된다. 사실 상 이것들이 디자인을 만든 사람이나, 검토하는 사람의 취향보다 우선해서 판단해야 하는 조건이다.


또한, 그것보다 우선해서 생각해야할 점은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일에 대한 태도와 집중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다. 그래서 간혹, 디자이너의 감이나 실력이 진짜로 문제일 때도 있다. 디자이너로서 해당 영역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거나, 만들어야 하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자는 디자이너가 그림을 그려볼  있도록 가능하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가이드를 설명해 줘야 한다. 만약 특별히 원하는 방향이나 취향이 있다면, 반드시  부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디자이너 역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기획 의도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봐야 한다. 그게 함께 일하는 자세이다. 마치 누가 누굴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는 나로서는 사실 수긍하기 어렵다.


아주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은 두 사람처럼 보여도, 사실상 커뮤니케이션 도중에 언어적인 내용의 30~40% 정도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통할 때에는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한다.


모든 디자이너가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 게 아니며, 설사 알았다고 해도 완벽하게 본인이 머릿속에 그린 것을 그대로 표현해 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언어뿐 아니라, 관련한 이미지 등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함께 정리해 주어서 상대방도 내가 가진 만큼의 정보를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명확하게 방향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하고,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오류 여부를 수정해 수 있을 정도로 필요하다면 재차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 성장하는 것이다.


일터에서 누군가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바로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메타인지’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나는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은 메타인지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결과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 오로지 남의 탓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직장인이라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고민해서 해결해야 하는 일과 함께 의견을 모아야 하는 일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자신만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역시 한 가지 이상은 갖고 있어야 한다. 조직에서는 혼자만 잘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과가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업무 기술이다.


나만이 실력이 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비전문가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행동으로까지 표현하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세상이 넘친다. 사실 이들은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 이런 사람들은 주변의 동료를 피곤하게 한다.


과연 본인의 생각만큼 옆자리의 동료가 그렇게 무능하기만 한 것일까?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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