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머슴살이를 해도 대감집에서 하라는 말 들어보셨죠? 요즘 저는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확실히 잘 되는 회사는 다른 것 같아요. 프로젝트가 계속 들어와서, 쉴 틈이 없네요. 어느 날엔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 회사가 저하고 잘 맞는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이직한 후배 S의 말에 빵 터졌다. 어느 대감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처음 알아볼 때 생각했던 것보다도 살림살이가 규모가 큰 지방 유지 정도 되나 보다. 게다가 대감이 잔치를 좋아해서 자주 손님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벌이니 집안이 자주 붐빈다. 일이 좀 많은 것 같긴 하지만, 먹을거리와 즐길거리 등이 가난한 집보다는 수준이 낫더라. 결국은 대감집에서 하는 머슴살이지만, 행복하다는 이야기다.
그래 맞다. 머슴살이도 이왕이면 대감집에서 하는 게 더 뽀대나지.
이야기를 나눠보니, S가 드디어 본인의 커리어 정체성에 맞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회사가 성장세에 있다 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맡아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다른 친구 H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한술 더 뜬다.
“팀장님, 저는요. 제 입장이 사실 노비의 노비인 거 같거든요. 근데, 노비의 노비라고 해도 대감집이 지인짜(!) 좋으면, 그래도 견딜만 하더라구요. 현실적으로 작은 업체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가 없잖아요. 일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그것만 하도록 놔둘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니까요. 근데, 여긴 일이 많으니까, 진짜 그일만 계속해요. 원래 하고 싶던 일을 하게 되어서, 저는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해요.”
H가 일하는 회사는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을'의 업무를 수행하는 '병'의 입장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글로벌 일등 대감집에서 부리는 노비의 노비!
그들이 지금 직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건, 하고 있는 그 일이 나와 맞기 때문이다.
S와 H의 경우에는 이전 직장에서 담당하던 일들이 사실 본인들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하고는 살짝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둘 다 전문적인 영역에 특화된 강점이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 그러한 영역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각자 이직을 하고 보니, 이번에 만난 직장들에선 새롭게 담당하게 된 일들에 본인의 업무적인 강점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자연히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그곳에서 좀더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둘 다 축하할 일이다.
알고 보니 내가 노비였으면 어떻고, 노비의 노비라면 또 무슨 상관이냐.
그래도 우린 대감댁을 고를 수 있는 노비이지 않은가. 이왕이면, 내 전문 분야에서 확실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대감집을 한 번 골라 보자.
이쯤에서 오늘 본 일러스트 기사 하나를 공유한다.
"주인님... 제 양말을 받아주세요!"
퇴사를 꿈꾸는 젊은 인재들이 많고,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 1인 창업 등의 다양한 기회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건 번듯한 대감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