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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린 Jun 29. 2022

남을 평가하는 건 쉽다

얼마 전부터 회의를 할 때마다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문제의 본질에 바로 들어가서 깊이 생각한 이후에 나온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그저 표면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의 아이디어는 진화를 멈춘 채로 비슷한 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모든 당사자들이 해당 주제에 깊이 몰입해야 할 시간이었어야 했는데, 우리 모두는 이 일이 마치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냥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성장을 위한 중요한 타이밍을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


매번 앵무새처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건 정말로 고역이었다. 우리가 몇 시간째 회의에서 나누고 있는 이야기는 솔직히 그저 감상평이었다. 누가 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그걸 평가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게 아니라면, 이 주제로 이렇게 여러 사람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야 말로 비효율적인 게 아닐까.


솔직히 기획 회의에는 아이디어에 대한 분석과 실행 계획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아이디어는 실행 계획을 제외하곤,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디어에 대한 첫인상만으로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듣기에는 굉장한 아이디어 같으나, 실제로 실행 계획에 들어가 보면 별로인 경우도 다반사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모든 과정에는 소중한 나의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내 시간이 낭비되는 걸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주인의식을 발휘하는 게 꼭 필요했다. 사실 언제나 나의 의견을 말하는 건 중요하다. 꼭 필요할 때에 해야 할 말을 삼키고 있으면, 사람들도 나를 무시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참이나 업무가 진행이 되고 나서야 과정뿐 아니라 결과에 대해서 느낀 불편함은 적시에 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경우는 나에게도 조직에게도 프로젝트에도 낭패이다.


그동안 정말 해야 할 말을 삼키고 넘어갔을 때는 다음의 경우들이었다.


1) 마감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


나는 가끔 일에 대해서는 마감시간이나 쉬는 날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 그래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2) 독불장군 스타일의 의사 결정자 때문


리더가 지나치게 독불장군 스타일인 경우  말을 잃게 된다.  말문이 막혔는지 생각해 봤다. 그건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하려던 말을 삼키게 되는 데에는 상대방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크게 영향을 준다. 정말로 소통이 되는지,  사람이 진지하게  말을 경청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 않게 경청해주는  중요했다. 아무리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해보려고 해도 독불장군 식의 의사 결정은 솔직히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유연하게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 남을 평가'만'하는 건 쉽다.


이제는 수평한 조직 문화를 지향만 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그렇게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이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조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묵살할 때에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다른 조직원들도 이해할 수 있다.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꼰대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하나의 관점으로 평가하거나 전부 같은 의견일 수는 없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모든 조직원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은 '명령'과 '검토'만 하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하는 리더는, 진정한 주인의식이 없으며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다.


요즘은 예전처럼 수직적인 의사소통과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무조건 참아내던 시기가 아니다. 개성 강한 세대들이 모여서 일을 하고 있다.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일터야 말로 진정으로 여러 세대가 모여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장소이다. 나는 오히려 연령이 다양하지 않은 조직보다는 다양한 조직을 선호한다.


2)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요즘의 일터에서는 갈등을 유연하게 다루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하는 인간관계의 기술이 중요하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은 바로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유연하고도 정확한 방법론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배워온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의사소통하고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방법 말이다.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장단점 분석, 우선순위 정하기 등 간단하지만 적용해볼 만한 여러 가지 방법론을 활용하는 편이 좋다.


3) 인성이나 태도를 문제 삼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일터에서 누군가를 평가할 때는 습관적으로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모든 면에서 태도는 기본이다. 오죽하면 인생은 태도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겠는가. 이 말에 수긍한다. 나 역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정말로 중요한 건 인성이 아니다.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나는 일터에서 동료가, 그리고 사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왜 이 조직에 합류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는 왜 모였을까? 다른 회사에서 다른 일을 해도 되는데, 왜 우리가 이곳에 함께 모였을까? 그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에 집중해서 바로 봐야 한다. 정말로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진정한 소통이다.


누군가를 관리하거나 평가하려는 마인드는 이제는 불편한 것이 되었다. 리더와 조직원 모두 실무자의 관점으로 목표의 성공으로 향한 업무의 디테일을 살펴야 한다. 오죽하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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