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린 Jun 26. 2022

기 빨리는 에너지 뱀파이어

퇴근 무렵이 다 되어가는데, 대표가 다음 주에 예정된 프로모션에 사전 홍보를 추가하여 진행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래층 회의실에 우리 팀의 팀원들이 함께 있던 중이라, 자연스럽게 회의를 시작했다.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니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재미도 있었다. 이왕이면 시간도 없으니 조금 더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우리 떡볶이 먹으면서 이야기 좀 더 할까?”


퇴근 시간을 조금 넘길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나는 팀원들에게 저녁으로 떡볶이를 배달시켜서 먹으면서 회의를 계속해도 될지 물어봤다. 고맙게도 다들 괜찮다고 했다. 주문을 하다 보니 위층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 중에 옆 팀의 A가 생각났다. 요즘 자주 혼자 야근을 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다음 주 프로모션은 A도 같이 준비해야 하는 일이었다.

 

“어차피 A랑 업무 분장까지 마쳐야 하니 마침 잘 됐네. A도 부르자.”



배달앱에서 회사 근처의 떡볶이 맛집을 찾아서 주문을 했다. 우린 떡볶이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며 조잘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내려온 A의 표정이 너무 우울해 보였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결국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안 좋네.”


그때부터 먹는 내내 A의 불평불만은 이어졌고, 분위기는 점점 다운되어 버렸다. 우리들은 어느새 그 직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그 팀의 사정에 대한 A의 신세한탄을 듣고 있다 보니 시간은 애초의 예상 시간을 훌쩍 지나버렸다. 원래 목표였던 회의는 진행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직원들과 퇴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바쁜 일정이라서 야근을 불사한 건데,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개인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미룬 채, 회의를 한 것이다. 사전에 계획했던 회식도 아닌데, 내가 법인카드로 식대를 결제한 이유 역시 결코 사담이나 나누자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 뒤로도 종종 A의 마음의 동요는 웬만해서는 달래지지 않았다. A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횟수가 재차 늘어가고, A에게 말을 하는 게 꺼려져서 그 일을 나나 팀원들이 대신할수록 솔직히 지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일을 잘 하지만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과 일은 못 하지만 긍정적이고 협조적인 사람 중에 한 명을 당신의 팀원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당신은 누구와 일하는 것을 선택하실 건가요?"


누군가 내게 이 질문을 해온다면, 나는 무조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동료가 좋다. 새로운 일을 해야 할 때, 흔쾌히 한번 해보자고 힘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속의 불안함이나 두려움이 작아진다. 


회사의 본질적인 속성에는 성장이 포함되어 있다. 성장하지 않는 회사는 도태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성장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때, 더욱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 역시 지금보다 좋아질 미래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앞으로도 잘 진행될 것이고, 우리 회사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고, 우리 브랜드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목표를 설정한다. 개인 차원에선 회사에서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직장은 일을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모인 곳인 만큼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인성이나 태도 상의 문제가 있어도 동료로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다. 물론 일머리가 없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과 같은 조직에 있어도 괴로울 게 뻔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해도 이기적인 사람과는 결코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한다.


부정적인 기운으로 다른 사람의 에너지마저 고갈시켜 버리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에너지 뱀파이어’이다.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보통 어떤 이슈이든 간에 ‘나에겐 불만이 있음’ 또는 ‘나는 무조건 반대임’이라는 의사를 온몸으로 표출한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이런 보통의 불만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고, 이기적이다. 


혹시라도 팀원 중에 에너지 뱀파이어가 있는 리더가 있다면, 위로의 말을 전한다. 리더들은 모두의 파이팅이 필요한 경우에 혹시라도 이들의 부정적인 에너지가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뱀파이어는 조직에 끼치는 영향력에 있어서는 상또라이에 대적할 만한 존재이다.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다.


우리 모두 자기자신을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는 자기중심적으로 군다거나, 화를 자주 낸다거나, 말이 너무 많거나, 불만을 주로 토로하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에너지 뱀파이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열린 형태의 사무실을 선호하기에 높은 파티션을 없애는 추세이다. 하지만, 솔직히 아무리 높은 파티션을 세운다고 할 지라도 에너지 뱀파이어가 내뿜는 부정적인 에너지는 좀처럼 가려지지 않는다.


일터에서 우리는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을 해야 한다.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스케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은 중요하다. 주니어 이상의 직급으로 갈수록 업무 만족도가 높은 이유 중엔 스스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일과 중에 다른 사람들의 업무 집중도를 깨트리는 일은 한두 번 정도는 괜찮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직원이 있다면 결국에는 전체 부서원의 업무 집중도 흐트러지게 하고, 성과에 영향을 주고 말 것이다. 


또라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사람들의 가슴을 분노로 불타오르게 하고, 때로는 서로를 똘똘 뭉치게 한다. 이에 비해 매사에 부정적인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사람들의 가슴을 차갑게 식게 한다. 그들이 있던 자리엔 허무한 적막이 감돈다. 나는 에너지 뱀파이어들과 함께 일하는 동안,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적인 어려움을 인내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기억하자! 뱀파이어는 태양빛 아래에서는 먼지로 산화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기보다도 쉬이 휘발되는 에너지 뱀파이어들이 가진 존재의 성질 덕분에 괴로움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지만, 일단 평소에도 그들의 부정적인 영향력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에너지 뱀파이어의 불평불만에 진심을 다해서 반응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공감을 표현한다고 해도, 이들은 쉽게 수긍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너의 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사소한 몸짓 정도면, 이들에게 충분히 동료애를 보인 것이다.


나도 에너지 뱀파이어들과의 '정서적 거리감을 확보하라' 전문가의 조언을 진작에 알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나중에 이들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이런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게 정말로 아쉬웠다. 최소한 그동안  마음을 다해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애쓰다가, 내가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일들은 없었을 거라는  너무나 안타깝다.


에너지 뱀파이어에게 하루 종일 시달렸다면? 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내 안에 쌓지 말고, 얼른 나에게 힘을 주는 에너지 원을 찾아서 밝은 햇살 아래로 나가자. 그들이 옮기는 부정적인 에너지에 감염되지 않도록 내 안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워서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 같은 회사? 진짜 가족들의 회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