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장인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의 구인 공고를 보면,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복지제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맥북, LG 그램 등 최상급의 장비 제공, 간식으로 채워진 깔끔한 탕비실, 사내 까페에서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커피, 또는 네스프레소 머신. 회사를 고르는 데에 있어서 괜찮은 복지제도야 말로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회사의 간식류를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회사도 생기고, 회사 굿즈를 디자인하고 납품하는 회사들도 많아졌다.
나도 복지제도를 갖추는 데에 열심히인 회사들을 다녀본 적이 있다. 그중에서 자기 계발비를 금액 한도 없이 50%를 지원해 준 회사가 나는 가장 좋았다. 자기계발비를 연간 일정 금액으로 지정해놓고 마음껏 사용하게 해 준 회사도 나쁘지 않았다.
한 회사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해서 근무 시간 중에 언제든지 눈치 보지 않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그것뿐이랴. 사실 그곳에선 일과 중에 참가해야 할 이벤트들이 너무 많았다. 물론 이벤트에 참석하는 게 즐거운 일이긴 했지만, 바쁜 업무 기한에 맞추려면 야근을 해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복지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정시 출퇴근이다. 이런 나로서는 이게 대체 누굴 위한 복지 제도인가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주어진 복지 제도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였다.
언젠가 팀원들에게 개인 업무를 방해하는 회식과 같은 복지 제도보다는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며, 회사에서 칼퇴근하는 편이 더 좋지 않냐고 직접적으로 물어 본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다들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회사나 팀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꼬박꼬박 회식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요즘 젊은 직원들은 개인주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회사 일 외의 공동업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MZ세대인 팀원들과 일을 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이들이 좋은 복지 제도로 뽑은 사례들이 개인 차원의 보상보다는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나 자부심을 높여주는 제도였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고유의 복지 제도가 있는 편이 좋다고 했다. 팀원 중 한 명이 예를 들어준 사례로는 매주 세 번째 금요일에는 모두 일찍 퇴근하는 날로 정했다는 지인의 회사였다. 다함께 조기 퇴근한다는 사실 자체가 즐겁다. 직원들은 당연히 퇴근길에 '우리 회사 최고!'라며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한다.
우아한 형제들은 주 32시간 근무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직접 근무지와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완전 자율근무제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성과가 좋아야만, 좋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경영진의 인식이었다. 기존과는 다른 조직문화를 갖고 있음에도 성과가 좋으면 다른 기업들도 이들의 좋은 조직문화를 베끼려고 할 것이고, 이를 통해서 사회 전반에 '다르게 일을 해도 성과를 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복지제도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커피이다. 카페인으로 버티는 직장인들에게 커피는 정말 중요하다. 물론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논카페인 음료까지 포함이다. 직장인의 몸은 커피가 70%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얼마나 적절한 서비스인가.
이건 진짜다. 구내식당의 메뉴가 맛있는 회사의 이직률이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