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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하 Nov 09. 2020

대알못 엄마들에게10: 원래 못하는 아이 아니었는데..

고등학교 내신 이야기



중학교 때 공부 곧잘 했던 아이가 왜 고등학교 가서 이렇게 쳐지는 느낌이 드는지 답답하시다면 그 원인은 절대 평가에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3월 말에 봤던 학력평가 성적표의 충격이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초딩 때 얌전하고 조용한 모범생이었어요.

내성적이라 반장, 회장 선거 같은건 많이 못해봤지만 늘 무슨 부장(보통 독서부장, 봉사부장, 학습부장?)을 맡았었습니다. 올백까진 아니라도 매우 잘함이 거의 대부분인 성적표를 받았었구요.

근데 중학교 들어가서 적나라게 제 성적을 받아보고 너무 놀랬습니다.

반에서 중상정도밖엔 안 되더라구요.

그때의 충격이 딱 지금 우리 아이가 그 모습이 아닐까싶습니다.

저희땐 중학교부터 상대평가를 했지만 지금은 고등학교부터 상대평가를 시작하잖아요.

그러니까 본인의 상대적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다가 등수와 등급이 정확히 나오는 자기 위치를 보고 놀라는거지요.



전국적으로 중학교에서 A등급 받는 학생의 배율은 보통 30%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학교알리미사이트 보시면 지역별로 보실 수 있어요.

살고계신 지역의 A등급 비율 한번 확인해보시면 대충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30%면 3등급이예요. 3등급 중반정도 됩니다.

고교 내신 등급체계

중학교시절에 그래도 꽤 했다는 아이들이 3등급까지 포진되어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들의 특징을 보통 이렇습니다.


나름대로 중학교까지 공부 잘하는 아이의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보고 다 같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중학교 때라면 나만 잘하면, 90점만 맞으면 만족했을건데, 이젠 내 친구를 한명이라도 더 제쳐야 내가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등급 하나하나가 모여서 대입의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일이니 한 순간도 놓칠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공부를 놓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3등급 초반정도까지는 열심히 계속 노력하고 있는 아이입니다.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엄마의 실망만큼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게 없어요.

쿨한척 포기하지도 마시구요.

무조건 지지해주시고 안스러워해주세요.


그래서 자세히 보시면 5등급이 인원이 제일 많고, 5등급을 중심으로 4등급 6등급 인원이 차차 적어지는 모형으로 계획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고등학교에서의 등급 분포는 1등급~3등급까지가 제일 많은 역삼각형 모양입니다.  

매학기 중간, 기말, 각 과목의 등급을 평균을 내다보니 그렇게 되는거지요.

넘사벽 1등급을 제외하고는 1등급에서 3등급까지 같은 아이들이 업치락 뒤치락하면서 평균을 내다보니 1등급 중반부터 3등급정도까지 인원이 제일 많을 수 밖에 없는거지요.


지금 우리 아이가 진짜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그런데 결과가 1등급을 받기도 하고 3등급을 받기도 하고 평균이 2등급~3등급 초반까지 나온다면 대부분 이런 경우입니다.


저희 때는 중학교1학년 때부터 이런 경험을 하니까 중 2쯤 되었을 때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특히, 공부와 관련된 본인의 위치에 대해선 어느 정도 가늠을 한 상태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고등학교도 전국 연합고사라는 걸 보고 입학했으니 뭐 내 등수 모르면 바보였지요 사실. 게다가 인원도 많았고, 실제 대입은 수능이 당락을 좌우하니 지금처럼 내신전쟁이 살벌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많이 다르지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런 기조가 유지된다면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 폐지는 거의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도 고교학점제를 시작하면서 절대평가가 생겼고, 아마도 곧 조금씩 절대평가가 늘어나겠지요. 먼 미래에는 현재 중학교처럼 고등학교도 대부분 과목을 절대평가로 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교육감님들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런데, 대학은 아직도 예전방식 그대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왜냐면 정원이 있으니까 그 정원에 맞게 학생을 선발하려면 등수를 매겨야하거든요. 일단 등수를 정확히 매겨놔야 합격자고 예비순위자고 순서를 매길 수 있잖아요.


어떻게든 대학은 순위를 매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거예요.

대부분의 평범한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시점에 이런 경쟁을 처음 겪으며 충격을 받게 되겠지요.


이제 인구가 줄어드니 대학도 곧 평준화가 될 수 있지 않냐구요?

먼 미래에 그렇게 될 수도 있으니 가정해볼까요.


그렇게 대학까지 졸업했습니다. 사실 학교는 사회에서 생산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경쟁을 경험하지 못하고 대학까지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경쟁 없이 하고 싶다는 모든 일을 하도록 시켜줄까요.


하다못해 공무원도 등수로 선발할텐데 사기업은 말해 뭐하겠습니까.


결국 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좁은 문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매도 먼저 맞는게 낫지 않냐, 경쟁을 일찍부터 경험하는게 더 나은거다 이런 결론은 아닙니다.


그냥 현실을 직시하자는거지요.

교육과정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난리법석입니다.

그런데, 이 교육과정 바뀌는 것과 대입은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교육과정이 아무리 바뀌어도 실제로 대학에서(일단 지금 현재는) 아이들을 선발할 땐 우리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선발합니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거죠.

넘사벽 1등급은 서울대간다고 하면 그 이후 경쟁치열한 1등급 중후반~3등급 초반까지는 나머지 수도권대학에 갑니다.

대학은 그들을 성적으로 줄을 세워야합니다.

그래야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으니까요.


그 성적이 학생부이든 수능이든 어쨋튼 아주 명확하게 숫자로 보이는 걸 가지고 줄을 세워 등수를 매겨 학생을 선발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잊지마셔야할 것은 대학의 정원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변치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과 선발인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신다면


교육과정 변경에 일희일비하시지 않으실 수 있을거예요.


내신 등급 소숫점에 일희일비하시는게 줄 수 있을거예요.


대학에서 뽑는 인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것 잊지않으시면 중심잡는 것이 조금은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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