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첫 뮤지컬 후기
거의 30년 만에 간 대학로. 역시 서울은 좋다! 동네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 분위기.
덕친 덕분에 덕주의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를 보게 되다니!
내 인생 첫 뮤지컬을 덕주의 작품으로 본다는 사실에 긴장도 되고 설렘이 한가득이었다.
이른 새벽 기상으로 생애 첫 뮤지컬을 보는 중요한 순간에도 하품이 계속 나왔지만 보는 내내 행복했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읽으면 작품을 보는데 도움이 된다는 덕친의 설명에 급히 책도 구매하고 일부분을 읽고 대학로로 향했다.
서울 구경과 맛있는 걸 사준다고 아이들을 꼬시고 둘째가 좋아하는 피자 맛집을 예약했다.
피자와 불쇼를 가미한 매콤한 파스타를 먹고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마로니에 공원으로 보내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 가기전 ‘관크’라는 단어를 익히 들어 주의 사항을 꼼꼼히 체크하고 극을 관람했다.
(관크는 '공연 관람 중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공연 관람 과정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작은 소극장에서 세명의 배우가 110분을 연기하는 공연이라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일찍이 공연을 관람한 이들이 극찬을 했으나, 배우에게 빠진 이들의 팬심 때문이라 생각했다. 공연에 대해 간단히 소개된 스토리도 읽어보고, 배우들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와일드 그레이는 관습과 규범으로 경직되어 있던 19세기 말 런던을 배경으로, 오스카 와일드는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연재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파격적인 소재와 내용으로 영국 사회를 들썩이게 한다. 몇 번의 수정에도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주인공 도리안이 죽음을 맞는다는 원하지 않는 결말을 낸 채 소설을 출간하는 와일드와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로스. 예술 안에서조차 바라던 자유가 좌절된 바로 그때, 거짓말처럼 그의 앞에 도리안 그레이를 꼭 닮은 사람이 나타나는데...
‘와일드 그레이 작품소개’
출연진 라인업은
오스카 와일드 역에는 배우 정민, 박민성, 김경수
알프레드 더글라스(보시) 역에는 배우 정휘, 정재환, 김리현, 윤석호
로버트 로스 역에는 배우 기세중, 안지환, 김지훈
로스역의 김지훈(리베란테) 배우 연기를 보러갔다. 뮤알못(뮤지컬을 알지 못하는)인 나는 다른 배우들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떤 배우가 어떤 극에 출연했었는지, 그들의 연기, 그들의 노래 등등 아는 것이 없었다. 내가 관람했던 낮 공연의 라인업은 김경수, 김리현, 김지훈.
뮤지컬 덕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와일드 그레이’가 가장 환상적이라고 한다. 세 배우의 연기는 뮤덕들의 말대로 정말 환상적이었다. 난 로스 역의 김지훈을 보러 갔는데 오스카 와일드 역의 김경수,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김리현 배우까지 모두에게 반했다. 그들의 공연을 더 보고 싶어졌다.
나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인 ‘와일드 그레이’ 세 배우의 조합이라니!
남은 공연까지 몇 회 남지 않은 이 시점에 공연의 재미를 느끼다니, 아쉽다. 이번에 막을 내리면 언제 또 공연을 할 지 알 수 없는데, 그리고 그때는 배우들의 조합이 지금과 달라져 이 배우들이 아닐 수도 있을텐데...
한번 더 보면 극에 몰입되어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공연을 보고 온 날은 알 수 없는 벅찬 감동으로 가슴이 꽉 차는데, 내 가슴이 공기가 가득 채워진 터지기 직전의 풍선이 된 기분이다. 빵 터지지 않도록 조심히 다뤄 감정이 서서히 가라 앉기를 기다려야 한다.
공연 내내 나오던 하품은 늦은 저녁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사라졌다.
투둑투둑 빗소리가 시원하다.
비가 오면 습기로 후덥지근 했는데 며칠새 바람이 달라졌다. 곧 가을이 올 거 같다.
찬 바람 부는 계절에 ‘와일드 그레이’를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