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팬텀싱어4 갈라콘서트 인천 후기
평소 같은 공연을 두 번 이상 보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서울 공연 티켓팅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었다. 그러나 '하늘 아래 똑같은 공연은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나니, 좋은 자리 티켓을 어떻게든 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수시로 티켓 예매 사이트를 드나들며 기회를 엿보았다.
'좋은 자리 티켓을 누가 포기하겠어! 내가 맘을 비워야지!'
온전히 마음을 비웠을 때, 카페에서 우연히 '티켓 양도합니다'라는 게시글을 발견했다. 3구역 19열을 10만 원에 양도한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재빨리 판매자에게 연락을 하고 바로 입금을 했다. 또다시 콘서트 현장에서 그들을 볼 수 있다니 두근두근 설렜다.
다음 날, 공연장 앞에서 티켓을 건네받으며 작은 감사의 선물을 전했다.
"좋은 자리 티켓 싸게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니에요. 전 티켓이 휴지 조각이 되는 줄 알았는데, 사주셔서 감사해요."
서로 연신 감사 인사를 주고받으며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좋은 자리가 없어 포기하고 있던 콘서트였는데, 현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팬텀싱어4 갈라콘서트 서울 공연의 맨 뒷자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서울 콘서트는 2층 맨 뒷자리에서 관람했기에 무대 전체를 조망할 수는 있었지만, 싱어들은 면봉처럼 보였고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대형 모니터 화면과 라이브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하며 3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앞자리에 앉으니 공연이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정도면 싱어들의 표정 하나하나 다 보이겠는데? 옆자리는 어느 팀 팬이 올까?'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이 옆자리에 있으면 박수와 함성을 함께 보내기 좋을 텐데, 다행히도 리베란테를 응원하는 팬이 옆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더 신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한 번 공연을 경험하고 나니 첫 공연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공연에서는 덕주들(김지훈, 진원, 정승원, 노현우)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의 무대도 집중해서 즐겼지만, 두 번째 공연에서는 덕주들에게만 시선이 쏠렸다. 대신 무대 위 연주자들과 아름다운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무대 조명이 이렇게 예뻤었나?' 여러 번 감탄하며 무대를 봤다.
기타 연주자에서 시작해 드럼, 바이올린, 건반 등 연주자들의 연주하는 모습까지 하나하나 주의 깊게 살폈다. 무대의 주인공이 아닌, 하지만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연주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문득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강렬했던 무대의 조명. 공연에서 조명이 주는 효과는 상당했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무대를 천국 같은 느낌으로, 때로는 몽환적인 숲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카메라는 조명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모니터로 보면 평범하게 느껴지는 무대가, 실제로 보면 마법처럼 변했다. 공연을 직접 보고 들어야 하는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그동안 TV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고, 가 봐도 별거 없고 ‘화면발’이더라 했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직업은 못 속인다'는 말처럼, 공연을 볼 때도 무대 디자인과 연출 요소를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된다.
'나라면 이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정말 잘했다!', '이건 조금 아쉽네!'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이 가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았다
.
19열에서 공연을 보고 나니 욕심이 더 커졌다. 조명과 어우러지는 덕주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고 싶다는 욕심 말이다. 첫 단체 곡에서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던 리베란테 지훈의 멋진 애드립과 표정, 중간 팀곡에서 팀원에게 윙크하는 모습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이래서 다들 가까이에서 공연을 보길 희망하는구나 싶었다. 팬들의 이런 마음을 덕주들은 알고 있을까?
공연이 끝난 후, 좋은 자리에서 덕주의 윙크를 볼 수 있게 해준 그녀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보냈다. 본인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티켓을 할인해 주었는데도, 나의 작은 커피 쿠폰에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밤, 우리의 감사 인사는 몇 분간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