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느낀 생각의 모음_1
“좋은 리더는 어떻게 탄생할까?”
나는 20년 동안 독서모임, 수영모임, 그리고 우주대스타의 팬카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경험하며,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각 커뮤니티의 규모도 천차만별이었고, 구성원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소규모 커뮤니티는 의견 조율이 비교적 수월하다. 소수의 인원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규모가 커질수록 잡음도 많아진다. 각자의 생각과 의견 표현 방식이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님에도 ‘그건 틀렸어. 그건 아니라고!’와 같은 날선 반응이 오가며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종종 목격했다. 그런 순간마다 ‘이럴 때 리더의 존재가 필요한 거구나’란 생각을 했다.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서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동안 내가 몸담았던 대부분의 커뮤니티 리더들은 자신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리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나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를 알게 되었다.
커뮤니티 활동에서도 이 심리학 개념이 적용된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커뮤니티 활동에서도 메타인지가 중요하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커뮤니티 리더들 중 일부는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거나 타인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더닝-크루거 효과’로 설명된다. (※ 자세한 설명은 아래 참고)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문제의 리더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좋은 사례도 많은데 굳이 문제 사례를 이야기 하느냐 할 수 있지만 좋은 사례는 오히려 문제 없이 굴러가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커뮤니티에서 리더의 역할이란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취합한 내용을 잘 조율하는 것, 또 하나는 문제 상황에 대한 빠르고 명확한 판단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것, 그리고 회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능력과 경험부족 때문인지, 메타인지 능력 부족 때문인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커뮤니티를 이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경우도 있었다.
A와 B라는 두 리더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사례로, 리더십의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A 리더는 매사에 ‘모두의 의견’을 물으며, 결정 하나도 스스로 내리지 못했다. “이 정도는 리더가 결정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또한 투표 결과를 통해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해 중요 사안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또한, A 리더는 회원들의 사소한 건의도 운영진 회의를 통해 처리하려는 답답함을 보였다.
반면 B 리더는 정반대였다.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회원들이 의견을 올려도 ‘이미 정한 거니까’라는 말로 의견을 묵살했다. 형식적인 투표는 진행했지만, 찬/반만을 묻는 투표방식을 취함으로 의견의 다양성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또한, B 리더는 회원들의 중요한 건의조차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불통의 끝을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그 중요한 과정에서 공정성을 위해 우리는 투표를 통해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한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가령 전체 구성원이 1,000명이라고 했을 때 투표의 결과가 정당성과 당위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투표 참여자가 30~40% (300~400명)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체 구성원 중 투표 참여자가 10~15% (100~150명) 일 경우 그 결과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10~15%만 참여한 투표 결과를 전체의 의견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회원은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거나 수동적인 참여자다. 그렇기에 투표 참여율을 30~40%로 끌어올리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투표의 경중을 고려해서 중대 사안의 경우는 보다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해야한다. 쪽지나 메일을 통해 공지하고, 투표의 의미와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 소수의 의견만 반영된 결정은 커뮤니티 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소통’과 ‘책임감’이다.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단으로 일관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우유부단해서 결정 하나 내리지 못하는 리더는 모두 문제적이다.
그리고 리더는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동시에, 어떠한 문제에 대해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면 그 리더라는 자리는 왜 있는 것이며, 리더가 왜 필요한가.
우리는 리더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그 뒤의 비선실세가 그 역할을 대신했던 것을 모두가 경험했다. 리더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허수아비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니 리더를 맡은 사람이라면 제발 자리만 지키고 있지 말고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좋은 리더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를 함께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리더의 자리가 무겁고도 귀한 이유다.
리더는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존재가 아니라, 의견을 듣는 귀와 판단을 내리는 책임으로 공동체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는 비논리적인 추론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인지편향 중 하나로, 특정 분야에서 제한된 지식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객관적 평가에 비해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소위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두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가 1999년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되었으며, 이들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논문에 따르면,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논리적 사고, 문법, 유머 감각 등을 테스트한 결과, 하위 25%에 해당하는 실험 참가자들이 대체로 자신의 실력을 평균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더닝 크루거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더닝과 크루거는 메타인지가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며,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된 후에야 비로소 능력 부족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닝과 크루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즉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 정도는 알거나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오인하며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출처 : 더닝 크루거 효과 [Dunning Kruger effec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