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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보이콧, 그리고 그 이후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느낀 생각의 모음_3

by Balbi


덕질을 하며 ‘보이콧’의 사전적 의미까지 찾아보게 될 줄이야.

최근 팬덤에서 대대적인 보이콧이 시작됐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면서 명분이 희미해졌고, 과연 이 보이콧이 효과가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성공적이다"라고 평가하고, 또 다른 시각에서는 "의미 없다"고 말한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이 보이콧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티켓팅이 시작되고 예매창에 들어가 보니 좋은 좌석은 이미 매진. 보이콧이 정말 진행 중인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에, 보이콧에 참여한다고 해서, 혹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나의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을 보는 건 개인의 자유니까. 단체 행동이 항상 정의일 수는 없고, 나는 지금 이 상황을 한 걸음 물러나 관망 중이다.


보이콧은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기업이나 단체에 항의하기 위해 하는 불매운동을 말한다.


그 유래를 찾아보니 꽤 흥미롭다.


'보이콧'은 1880년 영국 영지 관리인이었던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이 소작인들을 추방하려다가 단합한 전체 소작인들의 항의로 물러난 데서 생겨난 말이다. 찰스 보이콧은 당시 소작인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물론 쫓아내기까지 하는 악명이 높은 인물이었다. 그러다 기근이 점차 심해지는 상황이 오자 소작인들은 그에게 소작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그는 오히려 높은 소작료를 요구하면서 이들을 추방시키려 했다.
이에 전체 소작인들은 당시 아일랜드토지연맹(Irish Land League)의 보호 하에 그를 지역사회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게 된다. 당시 보이콧의 집에서 일하던 하인들은 모두 철수했으며, 지역 상인들은 보이콧에게 어떠한 물건도 팔지 않았다.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그를 향한 배척이 계속되자 결국 보이콧은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데, 특히 보이콧은 음식조차 사지 못해 아사 직전까지 이르렀고 결국 출동한 군대에 의해 구출됐다고 한다. 이후 시인이자 아일랜드공화당 활동가였던 마이클 다빗(Michael Davitt)은 1904년에 출간한 저서 《아일랜드 봉건 제도의 붕괴》에서 보이콧이라는 단어를 '보이콧처럼 사회적으로 배척되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이를 계기로 보이콧이라는 단어는 불매, 배척, 제재 등을 뜻하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이콧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며칠이 지나 서울 콘서트의 취소표가 풀리고, 지방 콘서트 티켓팅이 시작됐다. 예전 같았으면 피켓팅(피 터지는 티켓팅)이라 불렸을 상황인데, 지금은 티켓이 남아돈다. 이쯤 되면 보이콧이 확실히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일까? 공연장마다 티켓이 남아도는 가운데, 소속사와 기획사는 과연 콘서트를 강행할까? 반도 차지 않은 공연장에서 아티스트들을 무대에 세우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싱어들은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객석이 비고, 그 박수와 환호가 없다면 무엇으로 동력을 얻어 공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기획 측은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 분위기가 바뀌고, 팬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 믿는 걸까? 정말 그렇게 될까? 몇 달 후 그 공연장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다양한 축제와 TV 프로그램 무대를 통해 그동안 듣지 못했던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또, 첫 팬콘서트를 통해 리베란테는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선보이며 더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경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이돌 음악이나 팝송까지 웅장하게 편곡해 부르니 감동이 배가되었다. '리베란테가 소화 못할 장르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보이콧의 시작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약속된 앨범과 단독 콘서트 이행 없이, 기존 시즌과 달리 연합콘서트를 먼저 기획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특히 세 팀 중 한 팀은 빠진 채 두 팀만 연합콘서트를 한다는 건, 팬들에게는 두 팀을 경쟁시키는 모양새로 비춰졌다. 우승팀의 특전은 언제 실현할 것인지도 불분명했고, 이런 상황이 결국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갈라콘서트와는 다른 다양한 셋리스트를 선보일 것이다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팬콘서트에서 12월 초에 앨범이 나온다는 멤버들의 스포가 있었다. 보이콧을 정당화했던 근거들이 하나둘씩 사라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상황을 지켜보니 팬덤의 보이콧은 동력을 잃었다.

더 이상 팬덤 전체가 하나로 뭉칠만한 명분도 희미해졌다.

이쯤 되면 각자의 선택에 맡기고, 단체의 공식 입장도 정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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