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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내 징계, 감시와 통제 올바른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느낀 생각의 모음_7

by Balbi


갈라 콘서트가 끝나고, 덕주들은 각종 행사와 공연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나처럼 방구석 덕질을 하는 팬은 티켓팅만 신경 쓰면 되지만, 대구에서 강릉, 부안, 의정부, 가평, 남양주까지 직접 찾아가는 팬들은 그야말로 전국 순회 중이다.


행사 주최 측에서 유튜브 중계를 해주지 않는 이상, 방구석 팬은 공연을 상상으로만 즐겨야 한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팬들이 올려주는 영상과 사진 덕분에 그 아쉬움을 달랜다. 시간차를 두고 보더라도, 새로운 노래와 공연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특히 대구에서의 ‘Il mondo’와 강릉에서의 ‘첫사랑’은 리베란테 네 명의 목소리로는 처음 듣는 곡이라 더욱 기대됐다. 리베란테의 버전은 어떨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리베란테!

좋다. 좋다. 정말 좋다.


네 명의 목소리 모두가 마음에 드는 팀은 처음이다. 시즌1의 포르테 디 콰트로, 시즌2의 포레스텔라를 응원할 땐 특정 멤버 한 명의 목소리에 빠져 무한 반복했지만, 이번엔 네 명 모두에게 귀가 간다.


‘그래서 결승 무대보다 팀 결성 순간이 더 소중했던 거지.’


리베란테 버전의 두 곡을 듣고 나서 다른 팀의 버전도 들어봤지만, 내 귀는 이미 객관성을 상실했다. 누가 뭐래도 리베란테의 목소리만큼 좋은 소리는 없다.


얼마 전 라방에서 팬콘서트 희망곡을 신청해달라는 공지가 있었다. 나는 가곡 ‘등대’와 ‘내 안의 그대가 그리운 날’을 신청했다. 이 중 한 곡이라도 리베란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지방 공연장을 찾아가는 팬들의 정성은 감탄스럽다. 노래 몇 곡을 듣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는 그 열정. 물론 개인의 만족을 위한 일이지만, 나는 그런 열정을 쏟을 자신이 없기에 더욱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대구 공연 이후,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사건은 이렇다.

-일부 팬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덕주에게 사진과 사인을 요청했다.

-한 명이 시작하자 팬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리허설을 하러 가야 하는데 팬들에게 둘러싸이게 됐다.


이런 목격담이 이어지자 커뮤니티는 험악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누군지 밝혀내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간이 지나고, 당사자라 주장하는 팬들이 사과문을 올리기 시작했다. 댓글에는 용서와 비판이 엇갈렸고, 결국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회원들에게 실제 징계가 내려졌다.


팬덤 내에서 이러한 일로 회원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 일이 정말 사과문과 징계까지 갈 사안일까? 공연이 방해받지 않았고, 덕주가 다치지도 않았다면, "앞으로는 조심하자", "매너 있는 팬덤이 되자", "우리 스스로 아티스트를 보호하자" 정도로 마무리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 상황에서 징계 운운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내가 못하는 걸 너는 했으니 벌 받아라’라는 심술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세상에는 징계와 처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법과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이나 윤리적인 원칙을 위반하는 때이다. 그러나 팬들의 이정도 행동이 징계와 처벌을 운운할 정도의 법과 규칙을 위반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팬덤은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다. 아티스트를 사랑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행복하고 즐거우려고 모인 공간에서 특정인을 저격하고 징계를 이야기하며 실제로 실행하는 일이 과연 바람직한가?


팬덤은 조금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 내에서 감시와 통제로 문제 행동을 막기보다는, 서로의 결속을 통해 자정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향이 더 맞지 않을까?

감시와 통제는 자칫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구성원들에게 불안과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유로운 덕질도, 자발적인 응원도 사라질지 모른다.

결국 팬덤의 건강함은, 규율보다 공감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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