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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다...안녕!

by Balbi


덕질은 연속된 사건 속에서 마음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행위일까.


리베란테를 사랑한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팬들의 마음은 출렁였고, 그에 따른 다양한 의견과 감정이 쏟아졌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논의는 수다에 불과했다. 팬이 문제를 해결할 힘은 없으니까. 그 어떤 작은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늘 무력했다.


덕질을 하며 겪는 여러 사건을 보면, 그 본질에는 팬들이 개입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는 상호작용이라지만, 현실에서 팬은 늘 약자의 위치에 놓인다. 우리는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소비하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의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특히 소속사, 공연 관계자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연말 소속사 계약 종료 이후, 팬들은 새 소속사 계약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멤버들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우리는 그 말을 믿고 인내했다.


하지만 발표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군복무 중인 리더 김지훈을 포함해 진원, 노현우는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정승원의 계약은 불발되었다는 소식. “이게 정말이야? 왜?” 팬들은 당황했고, 의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새 소속사의 발표문, 멤버들의 개인 글에서 네 명이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은 담겼지만, 정작 당사자의 직접적인 입장은 없었다. 끝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고, 오직 개인 소속사의 입장문만이 남았다.


팬들의 마음은 답답함, 실망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팬들은 그의 말 한마디를 기다렸다. 어떤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은 분노로 변해갔다. 4인의 리베란테는 이제 끝인가? 처음엔 당황, 다음은 실망,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분노가 밀려왔다.


결국 팬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아티스트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즐기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지만, 정작 그들의 행보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트럭 시위나 보이콧 같은 극단적인 방식 외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계약 불발의 이유가 협상의 문제인지, 아티스트 개인의 선택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당사자가 입을 다문다면 팬들은 더욱 무력해질 뿐이다.


밤을 지새우며 입장을 기다리고, 소속사에 의견을 보내며 애를 태운 팬들. 하지만 나는 선을 그었다. 희망은 단 하루만 품기로. 감정 소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4인 완전체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 희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안다. 그래서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선을 긋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아쉬움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이틀이 지나 정승원의 입장문이 나왔지만, 그 글만으로는 의중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팬들의 마음은 여전히 흔들렸다. 나처럼 마음을 정리한 팬들은 이제는 각자의 길을 응원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리베란테의 팀 활동도, 정승원의 개인 활동도 함께 응원하자.’


여전히 팬덤이 활동하는 여러 커뮤니티는 와글와글했다. 그러나 그런 소란이 가라앉은 건 그의 첫 개인 스케줄이 공개된 이후였다. 그의 활동을 확인하기 전까지 대다수의 팬들은 당사자는 팀 활동을 간절히 원했는데 소속사간의 협상불발로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첫 활동을 본 대부분의 팬들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이건 본인의 뜻이 크게 작용했구나!’ (물론 어디까지나 직감일 뿐이다.)


그 후, 4인으로 구성된 리베란테를 간절히 원했던 팬들에게서는 불만, 실망, 분노, 배신감 등을 느낀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안타까운 순간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리베란테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팬들은 단순히 그들의 노래와 외모가 맘에 들어 사랑했던 것이 아니다.

<팬텀싱어4>에서 팀이 만들어지는 서사를 지켜보며 그들의 성장 과정을 응원했고, 그 속에 우리의 열정도 함께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3인의 리베란테를 여전히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4인의 리베란테에게는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다.

행복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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