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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AI 사이에서

by Balbi


여러 가수와 각 악기별 아티스트를 덕질하고, 악기 전공을 꿈꾸는 아이들 덕분에 하나씩 배우고 알아가는 게 많아지는 요즘이다.


둘째는 올해 피아노 콩쿨곡으로 <Mozart: Piano Sonata No. 12 in F Major, K. 332: III. Allegro assai>를 받아왔다. 악보를 볼 때마다 이 긴 곡 제목, 도대체 어떻게 읽는 게 맞을까 늘 궁금했다.


요즘엔 거의 모든 궁금증을 ChatGPT에게 묻는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분석해가며 자세히 설명해 주니, 무지에서 한 발짝씩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간혹 잘못된 정보도 함께 제공하니, 검증은 필수다.)


Mozart : 작곡가 이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모차르트
Piano Sonata :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형식 곡)-피아노 소나타
No. 12 : 12번 (모차르트가 쓴 피아노 소나타 중 12번째 곡)-넘버 트웰브
in F Major : F장조 (조성: 밝고 맑은 느낌의 조)-인 에프 메이저
K. 332 : 쾨헬 번호 332번 (모차르트 작품 번호 체계)-케이 삼삼이, 또는 쾨헬 삼삼이
III. Allegro assai : 3악장, 아주 빠르게 (이 곡의 마지막 악장)-쓰리, 알레그로 아싸이

전체를 자연스럽게 읽을 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 3악장 알레그로 아싸이”


궁금증이 풀리니, 클래식 공연마다 스쳐 지나가던 작은 의문 하나가 시원하게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곡 해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프레이즈(phrase)’라는 단어도 문득 궁금해졌다.

알 듯 모를 듯... 정확히 알고 싶었다.


프레이즈란, 음악에서 하나의 문장처럼 느껴지는 멜로디의 덩어리를 말한다.
우리가 말을 할 때도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이렇게 문장마다 쉼이 있고 의미 단위가 있듯,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모차르트 K.332 3악장을 보면,
오른손 멜로디가 “따라라라라 따라라라라” 하고 흐르다가
숨 쉬듯 한 번 멈추고, 다음 멜로디로 넘어간다.
이 한 덩어리가 바로 프레이즈다.
보통은 4마디 또는 8마디 단위로 이루어지며,
음악적 의미나 감정이 마무리되는 지점에서 끊어진다.
쉼표가 없어도, 강약이나 리듬, 진행 방향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프레이즈를 잘 표현하는 것은 글을 잘 읽는 것과도 같다.
말할 때 강세를 어디에 주느냐에 따라 말의 뉘앙스가 달라지듯,
연주에서도 어떤 감정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프레이즈가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으면,
아무리 테크닉이 훌륭해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연주처럼 느껴진다.


ChatGPT가 제시해주는 설명을 보니, 이제는 정말 쉽게 이해가 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똑똑한 도우미다. 이 똑똑한 녀석 덕분에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런 재미 뒤로, 걱정과 기대가 함께 밀려온다. 요즘엔 시간이 날 때마다 ChatGPT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AI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 그 세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해주니 문득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는 과연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AI와 잘 결합하면 얼마나 창조적이고 멋진 작업이 가능할까?

걱정과 설렘이 교차한다.


어제는 유튜브에서 실용음악과에 대한 비관적인 영상 몇 편을 봤다. 그 내용은 우리가 짐작하던 바로 그것들.

“음악으로 먹고살기 어렵다.”

“AI 때문에 작곡으로는 수익 내기 힘들다.”

“쉽게 잊히고, 저작권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등등.

그런데 그게 실용음악만의 문제일까? 어느 분야든 다 어렵다. IMF를 겪었던 세대로서, 인생이 마냥 쉽다고 느꼈던 시절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도 그에 맞게 적응하고 진화하며 꾸준히 함께 나아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비관적인 전망보다는, 더 열린 마음으로 시대의 가능성을 바라보려 한다. 그렇게 따지면, 의미 없는 분야는 하나도 없다.


지금 이 시대엔 ‘옥석을 가려내는 눈’과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열린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나만의 안목과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는 가장 확실한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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