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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미래를 축복해준다는 것

by Balbi


내 컴퓨터와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 한 장이 자리 잡고 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새싹 아티스트의 모습이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감탄했다. “진짜 잘 찍혔다!”며 가족들에게 자랑하고, 억지로 동의도 구했다.


카메라 기능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셔터를 누르다 보면 신기하게도 사진이 조금씩 좋아진다. 작년에 찍은 사진과 최근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나도 모르게 자란 시간의 감각이 보인다.


내 배경화면을 본 남편이 한마디 툭 던진다.

“아니, 우리 아들 사진도 아니고 남의 집 아들 사진을 그렇게 깔아두고 싶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찍은 사진인데 멋있잖아. 그리고 말이야, 내가 남의 집 아들을 예뻐해주면, 언젠가 누군가 우리 아들도 예뻐해줄 거야.”


작년 봄과 가을,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장병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보컬과 밴드가 함께 꾸미는 무대는 생각보다 훨씬 감동적이었고, 나는 홀린 듯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게 건반, 기타, 베이스를 연주하던 세 장병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고, 예고 입시 상담을 핑계로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얼마 전, 그중 기타와 베이스 연주자가 전역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온 ‘전역 D-15!’ 하루하루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들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새싹 아티스트에게 작은 부탁을 했다. 전역하는 두 사람을 위해 깜짝 현수막을 전달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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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전역 축하해.”

간단한 문구였지만, 둘에게는 서프라이즈가 되었고, 고맙다는 인사가 돌아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또 한 번 빌었다.

‘무대 위에서 다시 빛나기를. 그 반짝임이 꺼지지 않기를.’


아들이 음악을 한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연주 소리가 들려오면 무심코 걸음을 멈추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스쳐지나갔을 거리 공연도,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너도 꿈을 향해 걷고 있구나.’

그 자리에 잠시 머물러, 그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박수를 보내고 온다. 지나가는 응원이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할 수도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사람들은 이런 내 모습을 ‘덕질’이라 부른다. 맞다. 덕질이다. 하지만 단순한 취미라고만 하기엔 부족하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응원하며, 동시에 나 자신을 돌본다.

그가 무대 위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나도 일상을 더 정돈한다. 건강을 챙기고, 음악을 공부하고,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어진다.


덕질은 결국, 누군가의 가능성을 먼저 사랑해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축복할 줄 아는 마음에서, 나의 오늘도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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