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덕질 일상으로의 회귀’였다. 평소 별일 없으면 집콕으로 일관하는 나에게 삼 일 연속 외출은 꽤 특별한 사건이다.
2025년 5월 21일. 인생 처음으로 선거유세 현장에 참석했다. 이재명 후보의 부평 스케줄을 확인하고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갔다.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일찍부터 더워진 날씨가 걱정이었지만 선거유세 현장에 대한 호기심과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를 보여주고 싶었다. 1시30분에 도착해서 사전행사를 지켜보고, 지역 국회의원인 박선원 의원의 선거 지원 유세와 그 외 여러분들의 후보 지지 연설을 들을 수 있었다. 사전행사는 축제를 연상케했다. 전문 댄서들과 국회의원들이 함께 춤을 추고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3시가 되어 구월동 유세를 마치고 이재명 후보가 등장했다. 주인공이 등장하자 공원 일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5월의 태양은 강렬했고 습도는 유난히 높았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가 그에게 집중했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 허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오래 서 있어서 무리가 왔나보다. 뒤쪽 구석에 앉을 만한 공간이 보여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며 허리의 진통이 진정 됨을 확인하고 일어서서 그를 보기위해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머리가 핑 돌며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런 뭔가 잘못되었다. 옆에 있던 아저씨에게 도움 요청을 했다.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그렇게 나는 앞이 안 보이는 채로 남성 두명의 부축을 받아 119를 타야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을 놓쳐버렸다. 햇볕을 피해 사전행사는 건너뛰고 본무대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아쉬움과 가족들에게 걱정을 안긴 하루였다.
눈앞이 캄캄해진 그 순간, 도움을 주신 분들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도움을 요청한 분, 양쪽에서 부축해주신 두 분 모두 머릿속에서 흐릿하다. 눈 앞이 캄캄해 보이지도 않았고, 당황스러움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날 나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도움을 요청했을 때 주저 없이 손 내밀어주신 분, 양쪽에서 구급차까지 부축해주신 두 분, 그리고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살피던 119 구급대원들까지.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따뜻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22일 목요일은 롯데콘서트 홀에서 국군교향악단의 영화음악 콘서트가 있었다. 군 관계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행사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7월 전역을 앞두고 있는 지훈 병장의 군에서의 마지막 큰 공연일 듯 했다.
랜덤으로 배정되는 좌석은 좌측 시방석. 작년에도 같은 시방석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시방석은 시야뿐 아니라 음향도 방해된다는 것을 당시 경험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공연의 퀄리티가 전혀 기대되지 않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날의 음향은 내가 이전에 경험했던 음향과는 천지차이였다. 사회자와 보컬의 발음이 또렷하게 들렸고 악기 연주의 소리도 매혹적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그날의 음향은 그 아쉬움을 다 채우고도 남았다.
무대와 가까운 덕에 타악기 연주자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5명의 타악기 연주자들은 서로 자리를 이동해 가며 다양한 타악기를 연주해주었다. 특히나 튜블라벨의 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공연이었다. 아 물론 김지훈 병장의 노래는 최고였다. 군에서 많은 행사를 하며 실력이 더 향상된 듯했다. 전역 후 무대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23일 금요일은 전쟁기념관 정례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4월~6월 매주 금요일 2시에 진행되는 전쟁기념관 정례행사지만 올해는 금요일마다 자주 비가 내려 제대로 진행된 것이 몇 번 안된다. 특히나 작년과 완전히 달라진 프로그램으로 작년에 보았던 익숙한 얼굴의 장병들이 나오지 않는다. 오직 한명 새싹 아티스트가 나올뿐이다. 그도 병장이라 작년처럼 매주 나오지 않기에 그에게 스케줄을 확인했다. 4월에 한번,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보았으니 날씨가 원망스러웠다. 오전부터 갈까말까 망설이다 왠지 마지막 전쟁기념관 공연이지 아닐까 싶어 다녀왔다. 역시 망설임이 있을 때는 고 해야 한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와 대화도 할 수 있었고, 대혜자 공연이었다.
그런데, 나 말고 그를 찍는 찍덕이 여럿 존재했다. 이런... 나만 알아본게 아니었다.
‘그래, 내 눈에 멋있으면 남들 눈에도 그러하겠지. 역시 슈스였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슈퍼스타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만 알았으면 하는 이 속물같은 맘은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