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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일상에 과부하가 걸린 일주일

by Balbi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시간.

달력만 넘겨지는 하루.


젊은 날엔 이런 삶이 무미건조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쉰을 넘긴 지금은, 그저 평범한 하루가 가장 소중하다. 그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가끔은, 내가 살짝 오버하며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 같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은 늘 바람과 같지 않다. 꼭 한 번씩 머리가 지끈거리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게 되는 일이 생긴다. 지난 한 주는, 내가 정말 일주일을 산 게 맞나 싶은 시간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선호하는 내게는 평소와 다른 일이 하나씩만 추가되어도 마음이 바빠진다.


월요일에는 아들 녀석의 새로운 학원 등록을 하고 왔다. 한 달 학원비 62만원이라는 거금을 결제하고 왔다. 그동안 30만 원 이상의 학원비 지출을 해보지 않아서 나에겐 큰 금액이다. 살림이 넉넉하면 뭐가 문제겠냐만은 현재 남편의 외벌이 상황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자랄 때처럼 자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아들이 간절히 원하는데 지원을 못해주는 건 너무 죄스럽다는 생각이 컷다. 그래서 큰맘을 먹었다. 그리고 이렇게 큰 결정을 내려놓고 나니, 아들에게 괜스레 잔소리가 늘었다. 본전 생각이 드는 것이다."이만큼 투자했으니, 그만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속물 같고, 쪼잔한 엄마 같지만, 그것이 지금 내 그릇이고 형편이다.


그런 애미의 잔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본인이 원해서 시작했기 때문인지 아들은 레슨을 마친 뒤 늦은 시간까지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 열정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란다. 부모의 역할은 그 열정에 기름을 부어주고,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자금을 지원해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자신의 길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해야 할 텐데, 너무 단편적이고 삐딱한 시선만을 가진 아이가 걱정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삐딱함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난 그때마다 타이르고 잔소리하게 된다.


나는 말한다.

삐딱함과 비판적인 태도는 다르다고.

네가 자주 내뱉는 ‘그냥’이라는 말로 모든 걸 퉁치려 하지 말라고.

많은 사람의 수긍과 동의를 얻으려면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어른들의 말이나 규칙이 말이 안 된다고 느껴질 땐, 삐딱하게만 보지 말고 한 번, 두 번, 세 번 다시 생각해보라고.

그럼에도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타당한 이유를 들어 논리적으로 설득하라고.

말로, 글로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조용히 어른들의 말과 규칙을 따르라고.


이런 잔소리와 타이름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중2병이 완전히 지나고 철이 들면 나아질까? 확신은 없다. 그러나 잔소리를 멈추는 순간, 혐오하는 정치인 같은 녀석이 될까봐 무섭다. 삐딱함만 장착하고, 상대의 말꼬리만 잡고, 큰 피해도 없으면서 늘 혼자만 억울해하고, 억울함을 해결하려 하기보단 뒤에서 말만 많은 그런 모습.


나는 그런 찌질한 아들로 키우고 싶지 않다.

어제도 또 폭풍 잔소리를 하며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남자가 가오가 있지! 그렇게밖에 못 해?”

정말, 아들 키우기는 너무 힘들다.


내가 덕질하는 남의 집 아들들, 아티스트들도 이런 과정을 거쳤을까?

그들의 과거는 알 길이 없고, 지금 보이는 현재의 모습만 보면 평탄하게 잘 살아가는 것 같아 그들의 엄마가 부럽고 또 부럽다.


삶은 고난의 연속이고,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아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는…

참 어렵고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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