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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이 사라졌다

by Balbi


요 며칠, 20대의 삶이 부러웠다. 그 나이대에만 누릴 수 있는 문화, 열정, 체력, 젊음 같은 것들이 눈에 밟혔다. 처음으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단 한 번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낀 적이 없었기에, 이 감정이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런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남편과 대화를 나누며, 왜 우리의 젊은 시절엔 지금처럼 공연 문화가 활발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우리 20~30대는 어떤 시대였는지를 떠올렸다. 어느 시대마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했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이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며,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가고 싶은 마음이 깊어졌다.


마침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요즘은 사전투표도 흔하지만, 나는 본투표를 선호한다. 선거 당일 투표소에 가고, 인증샷을 남기며 나의 한 표가 소중히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키고 싶다. 투표를 마친 뒤, 아들의 학원 상담에 다녀왔다.


아들은 지금 어쿠스틱 기타 핑거스타일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예고 입시를 하려면 일렉 기타는 필수다. 그저 좋아서 밴드에서 딩가딩가 치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기초부터 차근히 쌓아야 하는 본격적인 배움의 길이다. 입시까지 몇 개월 남지 않은 지금, 걱정도 많지만 본인이 원하니 부모로서는 지원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이런 지원을 받으며 도전할 수 있는 10대의 삶도 부럽다. 나는 한 번도 이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되돌릴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아련한 부러움이 가슴 한편에 남아 있던 찰나, 저녁에 발표된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의 우울감을 조금씩 지워주기 시작했다. 당선이 확정되자 SNS에는 기쁨과 희망의 글들이 넘쳐났다. 그중 단연 나를 완전히 일으켜 세운 글은 이것이었다.


“40~50대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우리는 20대에 김대중, 30대에 노무현, 40대에 문재인, 50대에 이재명을 뽑았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지금의 내 나이에 대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나의 20~30대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때도 치열하게 살았다. 다만, 지금만큼의 너그러움이나 이해심은 부족했다. 뾰족했고, 날카로웠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한 태도를 싫어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때의 나보다는 조금은 유연해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의 이름을 몰라도 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무부 장관 같은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해야 하는 세상은 너무 피곤하고, 너무 불안하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지만, 정작 모든 것을 다 신경 쓰며 살기엔 각자의 삶도 벅차고 고단하다. 일하라고 대표로 뽑아놨더니, 더 걱정거리만 안겨주는 정부라니.


새로운 정부는 이런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정부이길 바란다. 더는 정치에 무관심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어이없는 큰 사건을 겪었기에 이제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잘하고 있음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모든 정책에 무조건 찬성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꼬투리를 잡고, 질책하고,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비난하기에 앞서,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이성으로 정치 고관여자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더 이상 젊음이 부럽지 않다. 지나온 20~30대가 자랑스럽고, 치열했던 내 시간들이 뿌듯하다. 50대의 내가 선택한 이재명 정부가 잘 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또,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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