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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 찢었다! 아들의 첫 콘테스트 이야기

by Balbi


첫 도전에서 대상이라니! 발표 순간의 감동과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취미로 띵띵 거리던 기타를 본격적으로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핑거스타일 선생님을 찾아 시작한 게 작년 1월이다. 악기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1년에 한번은 그동안의 실력 점검 차원에서 콩쿨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피아노 콩쿨은 자주 있지만 기타의 경우는 다르다. 주최 기관별 1년에 한번이라 신청 기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보컬중심인지, 악기중심인지 대회의 성격을 잘 파악해야 한다.


어쿠스틱 기타 대회 중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대회는 기타 제조회사 콜텍에서 주최하는 ‘어쿠스틱기타 경연대회’가 있다. 매년 3~4월에 공고가 나고, 10월에 본선대회가 개최되었다.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올해 이 대회를 목표로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매년 개최되던 대회의 공고는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올라오지 않았고, 선생님은 아들이 참가해 볼 수 있는 대회를 찾아 권유해주셨다. 그 첫 대회가 토요일 참가했던 청뮤콘이다.


서울문화예술대학교에서 올해 첫 주최하는 대회였다. ‘청소년 뮤직 콘테스트’를 줄여 ‘청뮤콘’이라 불렀다. 장르와 나이 구분 없이 보컬, 밴드, 악기연주 등 모든 분야를 종합하는 대회로 핑거스타일 연주가 불리한 대회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밴드와 붙어 겨뤄야 하는 경우는 밴드의 화려한 연주에 모든 것이 다 묻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결선에서는 총 15팀이 무대를 펼쳤다.

12시 집합, 1시부터 3시30분까지 리허설. 본 대회는 4시30분 시작이라는 주최 측의 안내에 우리 가족의 토요일은 분주했다. 서울 홍제동의 공연장으로 향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주최 측에서 제공해준 점심을 먹고 아들은 공연장으로 이동해 리허설을 시작했다. 리허설이 진행되는 시간동안 세식구는 홍제폭포 구경에 나섰다. 도시 한가운데에 조성된 폭포는 정말 근사했다. ‘너무 멋있다, 우리 동네에도 있으면 참 좋겠다’를 연발하며 둘째의 사진을 찍어 줄때에 주최 측의 안내문자가 왔다.


대회 실시간 유튜브 전송 링크와 온라인투표 링크.


그때부터 폭포 구경을 갔던 우린 바빠졌다. 주변 지인들에게 온라인투표 링크 전송을 하며 한 표를 부탁했다.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 큰 대회는 아니지만 일단 참가했으니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그렇게 주변 지인들에게 링크 전송을 하고나니 살짝 걱정이 밀려왔다.


유튜브로 실시간 전송되는데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괜히 알렸나?

실수만 하지 말고 잘 마치자!


그렇게 폭포 구경을 하는 둥 마는 둥, 시간에 맞춰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공연장에서 무대가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우린 각자 핸드폰으로 카메라 테스트를 했다. 카메라 테스트를 마친 우리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리플렛을 확인했다.

난 리플렛을 확인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입상 가능성이 느껴졌다. 진행순서 열한 번째에 아들의 이름이 있었다. 요즘 11이라는 숫자가 행운의 숫자로 인식되던 차였는데, 이런 우연이…….


화려한 밴드 사운드로 대회는 시작되었고, 우리 세식구는 마치 심사위원이 된 것 마냥, 매의 눈과 귀로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가족들의 응원 없이 홀로 무대에 선 참가자들에게는 더 크게 박수를 쳐주고, 환호를 해주었다. 밴드 네 팀의 무대가 끝나고 개인 참가자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아들과 같은 핑거스타일은 아들 포함 총 세 명. 순서가 가까워 올수록 무대를 지켜보는 우리도 살짝 긴장이 되었다. 드디어 아들의 순서가 되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띠리링~~’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세손가락 안에는 들겠구나.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기타 연주 소리가 다르게 들렸다.

영상에는 100% 담기지 않았는데 현장에서의 기타 소리는 정말 너무 예뻤다.

그 예쁜 소리 하나로 ‘무대를 찢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만 하지 말기를 바라며, 세식구는 각자 영상을 찍었다.


참가자 15명의 무대가 끝나고, 심사위원의 총평이 이어졌다.

1차 영상심사에 100팀 가량의 팀이 참가 신청을 해서 그 중 40팀을 선정해 2차 예선을 했고, 거기서 15팀을 선발해 오늘 본선을 치뤘다고. 작은 대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총평에 이어 결과 발표를 하는데 아들과 같은 핑거스타일을 했던 참가자가 동상을 수상했다.

‘어...그럼 핑거스타일에서 또 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무대를 마치고 객석으로 이동한 아들 포함 네식구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은상은 밴드참가자에게, 금상은 최연소 보컬로 뮤지컬 넘버를 부른 초등6학년이 차지했다.


남은 상은 대상 하나다. 기대와 긴장으로 두손을 모으고 발표를 기다리는 순간

“대상... 11번 임지후!”

우리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아들은 흥분과 설렘으로 시상식에 올랐다.


유튜브로 지켜보던 지인들로부터 축하 문자들이 쏟아졌다.

기타 선생님께는 감사인사를 전했고,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아들의 첫 콘테스트에서 대상이라는 큰 선물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친구들에게 피자를 쏘기로 했다는 중딩의 가슴속 흥분과 설렘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번주 토요일 또 다른 대회를 앞두고 다시 침착하고 진지해지기를...



�대회영상 링크 공유합니다. 다음 대회도 좋은 결과 얻을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live/lyfsYNpGu4I?si=fV1oIDYWr3em8um0&t=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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