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는 악기 하나를 배워봐야겠다

by Balbi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피아노가 있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는데, 그 시절 흔치 않았던 피아노가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아마도 언니가 피아노를 좋아했기에, 언니를 위한 선물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언니가 피아노를 배울 때, 나도 조금이라도 배워뒀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렇게 관심 밖이던 악기를 이제는 배우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이 악기다. 첼로, 오보에 같은 중저음 악기에 마음이 끌리지만, 악기를 새로 사야 하고 레슨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집에 있는 악기 중 하나를 골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플롯, 우쿨렐레, 리코더, 오카리나, 칼림바… 여러 악기들이 있다. 그중 며칠 전 줄과 브릿지를 교체한 바이올린이 눈에 들어왔다.


20년 전, 바이올린을 배워보겠다며 단 세 번의 수업만 받고 구석에 묵혀두었던 그 바이올린이다. 딸이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하게 되면서, 집에서도 연습하고 싶다며 수리를 부탁했다. 줄과 브릿지를 새로 교체하니 연습용으로는 충분했다. 아이들이 낑낑거리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다시 한번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래전에 결제해 두었던 클래스101에 들어가보니, 바이올린 강의도 있었다. 하나를 골라 차근차근 따라가 보니 간단한 동요가 연주된다. 신기하다.


악기를 배우면 정서적 안정감이나 성취감 등 여러 장점이 있다고 한다. 중년의 나이에 악기를 배우면 가장 먼저 꼽히는 장점이 뇌 건강과 치매 예방이라고 한다. 아직 치매를 걱정할 나이는 아니지만,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점만으로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고민이 많다 보니,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은 주로 정적인 활동만 해왔는데, 악기 연주처럼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활동이라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악기를 잡고 나면 현을 누르는 왼손이 아프다는 핑계로, 늘 ‘다음에…’를 반복했다. 손끝이 악기에 길들여져야 연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너무 쉽게 배우려 했던 것이다.


7월부터는 온라인 강의라도 제대로 따라가 보려 한다. 매일 하나씩 강의를 보고, 시키는 대로 해보겠다. 이해가 되든 안 되든 하다 보면 이해되는 날이 오겠지. 처음부터 이해하려 하면 오히려 막힐 때가 많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런 거였구나’ 하는 순간이 온다.


연말에는 간단한 곡 하나쯤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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