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자주 등장하는 ‘사부작사부작’이라는 말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몸짓이다. 평생 일하던 삶에서 잠시 멈췄을 때,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밀려왔다. 조금은 복잡 미묘한 감정인데 가장 간단한 표현이 불안감이다. 그 불안감을 잠재우려 취했던 방법이 손을 계속 움직이는 것. 사부작사부작.
첫 번째 사부작거림은 캘리그라피와 그림이었다. 한동안 이 취미에 빠져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캘리그라피에 대한 관심이 뚝 끊겼다. 처음 시작은 분명 좋은 문구, 유명한 시 등을 멋진 글씨로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였는데, 손을 놓은 이유도 같았다. 시작과 끝의 이유가 같다니 참 웃기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두 번째 사부작거림은 뜨개질이었다. 유튜브 강의를 따라 코바늘로 모자, 가방, 텀블러 주머니, 커튼 등 다양한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는 동안 손가락 관절은 망가져갔다. 뭐에 홀린 사람마냥 대부분의 비는 시간에는 늘 코바늘과 실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이대로 계속하면 손을 제대로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잔뜩 사둔 실들을 창고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창고 하나엔 내 취미활동 재료들이 잔득 쌓여있다. 창고를 열어볼 때마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경험들이 다 쓰일데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당장은 시간만 보내고 있어서 마음이 답답하다.
사람이 느끼는 만족감이라는 것은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겐 일을 하며 내손으로 돈을 버는 생산 활동에서 만족감이 가장 높았다. 그 활동을 다른 무언가로 채워보려 아등바등하며 사부작거림으로 메워보았으나, 다른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억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중간에 포기한자의 핑계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중도 포기와는 분명 다르다. 모든 사부작거림에서 내가 생각하는 일정 수준까지는 찍어보고 그만 두었으니 말이다. 캘리그라피의 경우 몇 건의 공모전에 참여해서 입상도 해보고, 뜨개질로는 여러 결과물을 만들어 주변에 선물도 하고 실생활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취미도 하다보면 전투적인 자세로 임하게 될까?
생각해보니 매번 그랬다. 오래전 배웠던 수영도 그냥 영법을 배우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마스터즈 대회와 미사리 3km 대회에도 참여하며 목표를 맹렬히 쫒으며 임했다.
왜 늘 무언가를 '달성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까?
입시나 입사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기존의 사부작거림을 중단하고, 새로운 사부작의 연장으로 시작한 것이 글쓰기이고, 7월을 시작하며 바이올린도 시작했다. 글쓰기는 3년이 되어가니 가장 촘촘하고 꾸준하게 하고 있는 행위다. 막연한 끄적임에 어느 순간 또 꿈이 달라붙었다. 좋게 말하면 꿈이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 욕망이 되겠다.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생겨먹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그저 즐기는 걸로는 끝나지 않는다. 어느새 목표가 생기고, 욕심이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드는 꼴이 된다.
갑자기 그런 팔자들이 부럽다.
“전 평생 노력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욕심 없이 즐기며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성취를 이룬 사람들 말이다. 편한 마음으로 즐기는 자들을 이길 수 없는 것인데.
나는 그동안 너무 욕심을 끌어안고 살았나보다.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사부작사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