낑낑 소리 속에서 피어나는 배움

바이올린 20일 차

by Balbi


인생에서 처음으로 악기를 배우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배우고 싶었던 것이 바로 악기였다.


하반기 7월이 시작되며 집에 있던 바이올린을 꺼냈다. 온라인 강의를 보며 하나하나 따라가고 있다. 지금까지 배운 곡은 ‘반짝반짝 작은 별’, ‘생일축하 노래’, ‘Fly Me to the Moon’, 그리고 악보를 보며 연습 중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기초를 차근차근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쉬운 곡들을 연습하고 있는데, 소리가 좀처럼 제대로 나지 않는다. 바이올린을 배울 때는 이 낑낑거리는 소리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정해진 음이 정확히 나지만, 바이올린은 그렇지 않다. 왼손으로 현을 정확히 짚고, 오른손으로 활을 그어야 원하는 소리를 얻을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

전문 연주자들의 맑은 소리를 듣다가, 내가 내는 낑낑거리는 소리를 따라가려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하고 있는 둘째에게 물어보고, 아들에게도 도움을 받아가며 진도를 나가고 있지만, 원하는 소리를 찾아가는 일은 여전히 큰 숙제 같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천천히 더듬더듬 악보를 보며 지금까지 배운 곡들을 연습하고 있다. 7월 1일부터 매일 30분에서 1시간씩 연습한 지금, 확실히 처음보다 소리가 좋아졌다. 처음에는 듣기 거북했던 낑낑거림이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


-서현아, 들어봐. 많이 좋아졌지?

-응, 처음보다 훨씬 나아졌어. 우리 반 남자애들보다 엄마가 더 잘하는 것 같아.


둘째의 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학기 중에 주1회, 한 시간씩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3학년부터는 오케스트라 활동도 할 수 있는데, 레슨까지 함께 진행되니 악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반면,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다소 지루하고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바이올린을 배우다 보니 공연장에서도 바이올린 연주자들에게 자꾸 눈이 간다. 그들의 연주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고, 특히 현을 짚는 왼손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새삼 눈에 들어왔다. 예전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하나, 악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조금 생겼다는 점이다.

악기 연주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나는 아들의 기타 연습과 딸의 피아노 연습에 늘 불만이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열심히’의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평생 컴퓨터 앞에서 디자인 일을 하며 자리에 앉으면 기본 3~4시간은 꼼짝 않고 일했던 나는, 악기 연습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바이올린을 조금 배우고 나서야 악기 연습은 성격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했던 일의 집중 방식과, 악기 연습의 집중 방식은 다르다.


처음엔 소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 울려야만 제대로 연습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무지한 생각이었다. 실제로 해보니 손도 아프고, 끊이지 않게 연주를 이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타인의 일을 쉽게 말하는 사람을 싫어했는데, 정작 나도 그 분야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 방식대로 연습하라고 했던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를 바이올린을 20일쯤 배우며 새삼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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