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는 나를 위해 꽤 많은 소비를 했다. 월말이 되면 열심히 일한 나에게 스스로 보상을 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며 더 이상 나를 위한 쇼핑이 즐겁지 않았다. 변해버린 체형으로 옷을 사는 것도, 7센티의 하이힐을 더 이상 신지 못하는 것도. 내 자신에게 투자하는 소비에는 관심이 뚝 끊겨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다시 덕질이 시작되었고, 공연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과거의 나였다면 1년에 한두 번이면 충분했던 공연을 지금은 1년에 10회 가까이 가고 있으니 문화생활에 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티스트 공연은 물론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좋은 공연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는 건 뭔가를 채우기 위한 일인 것 같다.
공연을 보는 순간 눈과 귀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 때로는 답답한 마음이, 또 때로는 헛헛함과 공허함으로 가득한 마음이 공연으로 힐링된다.
개인적인 소비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지만 공연 소식이 들리면 귀는 팔랑거리고 마음은 요동친다. 티켓팅을 도전하며 내가 원하는 자리를 잡지 못하면 애써 아쉬움을 달래며 그 공연엔 안녕을 고한다. ‘내가 갈 운명이 아니었어.’ 빨리 털어버려야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
어제 있었던 티켓팅에서는 대기 3천 번을 기다려 들어갔더니 이미 매진. 데뷔 35주년을 기념하고 싶어 가려던 공연은 그렇게 마음에서 지웠다. 과거의 사랑으로 머물기를…
이렇게 티켓팅을 경험하고 나면, 공연에 진심인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티켓팅 시작과 동시에 들어갔는데도 대기 3천 번이라니. 엄청나지 않은가.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나라 공연문화는 언제부터 이렇게 활발해진 걸까.
쳇샘에게 질문을 던졌다.
1. 기초 형성기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인프라 구축: 19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같은 대형 공연장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어.
* 외국 공연 유입: 해외 뮤지컬(「캣츠」 1994년 첫 내한)과 팝스타 내한공연이 열리면서 공연문화의 ‘맛’을 본 시기였지.
* 국내 공연 활성화: 대학로 연극, 소극장 문화도 이때 활발히 자리 잡았어.
2. 성장기 (2000년대)
* 뮤지컬 대중화: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같은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 뮤지컬(「명성황후」 등)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이 급팽창했어.
* K팝 콘서트 정례화: 아이돌 1세대·2세대(젝스키스, H.O.T., 동방신기, 빅뱅 등)의 대형 콘서트가 정기적으로 열리며 ‘공연 보는 문화’가 자리 잡았어.
* 지방 공연장 확대: 전국 문화예술회관 건립 붐으로 서울 중심이던 공연이 지방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지.
3. 다변화·대중화 (2010년대)
* 페스티벌 문화 정착: 록, 재즈, EDM, 힙합 페스티벌이 연례행사로 굳어졌어. “여름=페스티벌”이라는 인식이 이때부터 생겼지.
* 장르 확장: 연극, 클래식, 발레, 재즈, 인디밴드 공연까지 저변이 넓어졌어.
* 팬덤 공연: K팝의 세계화와 함께 팬덤 중심의 공연 문화가 강화되었어. 해외 팬들이 한국 공연을 보러 오는 흐름도 이때부터 본격화됐지.
4. 폭발기 (2020년대 이후)
* 코로나19의 충격과 반등:
*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공연이 중단되면서 스트리밍 콘서트, 온라인 팬미팅이 새로운 실험으로 시도됐어.
* 2022년 거리두기 해제 이후엔 억눌린 수요가 폭발, 공연장이 연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지금처럼 ‘공연의 르네상스’ 분위기가 만들어졌지.
* 복합문화공간 확대: 돔 공연장 건설, 대형 K-아레나 계획 등 앞으로 더 큰 무대가 준비되고 있어.
* 글로벌 시장과 연결: K팝 투어, 라이선스 뮤지컬 수출,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 등 한국 공연이 세계 시장과 맞닿아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1. 대중음악 콘서트
*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이 대형 콘서트를 열며 본격화. 당시엔 “체조경기장 콘서트”가 가장 큰 스케일이었어.
* 2000년대: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2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해외 팬까지 한국 콘서트에 몰리기 시작했어.
* 2010년대: K팝의 세계화로 아티스트들이 아시아, 유럽, 미국 투어를 돌았고, 한국 공연은 글로벌 팬들이 찾아오는 관광 상품이 되었지.
* 2020년대: BTS, 블랙핑크, 세븐틴 같은 팀들이 돔 투어·스타디움 투어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과 나란히 설 수 있는 규모로 커졌어.
2. 뮤지컬
* 1990년대: 「캣츠」, 「오페라의 유령」 같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처음 들어왔고, 국내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1995)가 큰 성공을 거두었어.
* 2000년대: 라이선스와 창작이 동시에 성장하며 뮤지컬 시장 규모가 급성장. 뮤지컬 배우 스타(조승우, 옥주현 등)도 이때 자리 잡았지.
* 2010년대: 대학로, 충무아트센터, 블루스퀘어 등 전문 뮤지컬 전용 공연장이 늘어나면서 관객 저변이 확대됐어.
* 2020년대: 코로나 시기에도 비교적 꾸준히 상연되며 충성 관객층을 지켜냈고, 지금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해외에 수출될 정도로 힘을 얻었어.
3. 페스티벌
* 1990년대 말: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1999)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시스템과 인프라 부족으로 자리 잡지 못했어.
* 2000년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2006~),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같은 대형 록 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시작됨.
* 2010년대: 장르 다변화. 재즈 페스티벌(자라섬, 서울재즈), EDM 페스티벌(UMF Korea), 힙합 페스티벌(힙합플레이야)까지 확장. 여름에 하나쯤 가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했지.
* 2020년대: 코로나로 중단됐다가 2022년부터 재개되며 관객 폭발. 페스티벌이 단순 음악행사를 넘어 ‘여행+문화체험’으로 자리 잡았어.
4. 연극·클래식·기타 공연
* 연극: 대학로 소극장 문화가 1980~90년대에 뿌리내렸고, 지금은 독립극, 창작극, 실험극까지 다양화됐어.
* 클래식·오페라·발레: 예술의전당 개관(1988)을 계기로 본격 활성화.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발레단 내한도 잦아졌고, 국내 예술단체 수준도 크게 높아졌어.
* 기타 공연: 마술, 서커스, 넌버벌 퍼포먼스(「난타」, 「점프」) 같은 독창적 공연들이 외국 관광객을 끌어모으면서 K-퍼포먼스라는 브랜드로 성장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