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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미래를 축복해준다는 것 Ⅱ

by Balbi


내 컴퓨터와 휴대폰 배경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새싹 아티스트가 전역했다.

그의 전역으로 군악대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은 모두 제대하게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 것 같지만, 군 생활을 보낸 장병들에게는 길고도 지난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미리 전역한 이들에게는 그를 통해 깜짝 선물을 보내주었지만, 그의 후임은 소통하는 이가 없어 그에게 직접 전역 선물을 전했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지만 군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현수막에 더해 포토북과 짧은 손편지를 함께 보내주었다.


그는 전역 전날 감사 인사를 담은 DM을 보내왔다. 참 세심한 사람이다.


덕질하던 아티스트를 군에 보내고, 그의 활동을 계기로 또 한 명을 덕질하게 된 과정이 참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덕질하는 이들이 흔히 말하는 것이 있다. 덕통사고에 이어, 최애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최애가 갑자기 와서 심장을 때리며 “오늘부터 내가 네 최애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덕질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덕질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그래서 그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에 언제, 어떤 공연에서 내 애정이 시작되었는지를 적어 보냈다. 중년의 아줌마가 주책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연주에 감동받은 순간이 분명 있고, 덕질은 주책과 주접이 점철된 행위라 어느 순간 현실 자각이 밀려오면 탈덕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전역 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그에게 잘 될 거라는 좋은 생각만 하면서 준비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이런 순간에 팬의 역할은 조건 없는 지지와 응원뿐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에 가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팬분들은 저희 부모님처럼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주세요. 어떤 때는 부모님보다도 더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예쁘게 봐주세요.”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은 잠시 내려두고,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해주면 된다. 그런데 이게 정작 아들에게는 잘 안 된다. 잔소리가 먼저 나오니 말이다. 그래서 친한 덕친들은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네 아들을 새싹 아티스트 보듯 해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 형의 로드맵을 따라가려면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는 말부터 튀어나오니... 인스타 아티스트 팬계정에 Seed A로 자리 잡고 있는 아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기 위해 말을 아끼기로 했다. 꼭 필요한 내용은 말 대신 글로 남기기로 했다.


입시, 시험, 대회, 오디션 등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누구나 두렵고 생각이 많아진다. 하지만 많은 생각이 해결해주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 그냥 하는 것이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차선책을 찾으면 된다. 복잡한 생각을 단어 하나,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면 답은 의외로 단순할 때가 많다.

“그냥 시작할 것!”, “그냥 연습할 것!”


전역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새싹 아티스트, 입시와 대회를 앞둔 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이다. 답은 결국 그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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