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우려하던 일은 현실이 되었다.
현재의 운영진은 수많은 회원들의 게시글과 댓글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모두의 의견은 비슷했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당신들이 욕심을 내려놓으면 선거관리위원회도 필요 없다고. 그러나 그 둘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참 한결같다. 귀를 닫고 소통이라는 것을 모르는 일방통행은 평소 그들이 보이는 태도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태도는 무례함이었다. 회원들의 건의나 물음에 자신들이 불편하거나 자신들의 허물이 드러나 보일 경우 상당히 건방지고 위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작년 봄, 그들은 한차례 큰 문제를 일으키고 본인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겠다고 했던 적이 있다. 회원들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일이 자신들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는 법. 초기 운영진 경험이 있던 회원이 운영진의 자리를 비워둘 수 없으니 잠시 운영권을 맡겠노라고 제안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게 분위기가 전개되니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본인들의 말을 거둬들이는 우스운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데 또다시 이런 말도 안 되는 분란을 일으키다니…….
이번에는 거의 모든 회원들이 분노했다. 작년 봄 그들을 두둔하고 감싸주던 회원들도 모두 돌아섰다. 참 묘한 재주를 가진 이들이다. 그들과 한번이라도 같이 일을 해본 사람들은 모두 그들과 적이 되어 있었다. 그들과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구구절절 말하지 않았지만 적대적인 감정이 엄청나게 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잠시 그들과 일을 해본 입장에서 회원들이 왜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작태에 회원들이 침묵했던 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모든 회원들은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 새로운 운영진으로 바뀌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추태로 욕심을 부리고 있으니 그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듣도 보도 못한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졌다.
선관위는 법률 자문까지 받아 그 내용을 회원들에게 상세히 보고했다. 그 내용을 확인한 회원들 대부분 이것이 법률 자문까지 받아야 하는 것인지 기막힘에 혀를 찼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지 많으면 현 운영진이 어떤 꼬투리를 잡아 물고 늘어질지 뻔히 보였기에 그리 했다고 이해했다.
상세 보고 후, 선관위는 현 운영진의 후보 등록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는 그들의 참패였다. 약 400명이 참여했는데 그들의 후보 등록에 찬성하는 표는 10프로 정도에 불과했다. 소수의 지지만 믿고 그렇게 기고만장했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투표 참여 인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카페에서 여러 차례 투표가 있었지만 보통 참여자는 150명 정도였다. 이번에도 200명 남짓 예상했는데, 무려 400명 가까운 회원이 참여했다. 회원들이 이번 일에 대해 많이 분노하고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가 드러났다.
투표 결과를 확인한 선관위는 다음 절차를 이어갔다.
후보로 지원한 이들에게 공약을 올리게 했고, 각 후보들은 게시글에 달린 댓글로 회원들과 소통하며 선거운동을 하도록 했다. 지금 이 상황은 소규모 정치판을 보는 것 같아 유쾌하지 않다. 팬카페 활동에서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고 많은 사람들을 피로하게 하는지.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현 운영진이라는 사람들을 한번 보고 싶다.
도대체 어떤 관상을 가진 사람들이면 이렇게 벽창호고 무례할 수 있는지.
정말 관상이 과학이라면, 이번에야말로 그 ‘과학’을 증명해낼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남은 절차는 새로운 지원자들 중에서 새 운영진을 뽑고, 현 운영진이 갖고 있는 카페의 운영권과 회비(회원들의 자발적 서폿 지원금)를 넘겨받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 사태는 마무리된다. 절대로 이렇게 복잡하게 흘러갈 일이 아닌데, 일이 여기까지 와버렸다.
과연 그들이 깔끔하게 물러날까. 이젠, 그것조차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