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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 보다 때로는 공격적으로_Ⅲ

by Balbi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커뮤니티여야 하는데 그동안 그들이 일으킨 여러 건의 사건으로 인해 신뢰는 무너졌다. 너무 뻔 한 표현이지만, 그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할 상황까지 간 것이다.


선관위는 다음 절차에 돌입했다.

후보로 지원한 이들이 공약을 올리고, 각 후보들은 게시글에 달린 댓글로 회원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모두의 공약을 비슷했다. 아티스트의 서포터와 회원들 간의 소통에 진심을 다하겠노라는 다짐 비슷한 내용이었다.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그 비슷한 내용 속에서도 조금 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지원자의 게시글에 지지와 감사의 댓글을 남겼다. 쉽지 않은 자리인데 나선다는 것 자체는 큰 용기를 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후보로 나섰던 지원자 한명은 후보 지원을 철회했다. 현재의 엄중한 상황에 자신보다는 다른 후보자가 더 적임자라는 생각에 자신은 후보 철회를 하고 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추가로 새로운 운영진이 꾸려지면 스텝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렇게 새로운 운영진 선거는 매니저 1인의 찬반 투표와 부매니저 2인 중 1인을 뽑는 투표에 들어갔다. 선거의 과정은 매끄러웠다. 잡음이 발생할 어떠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았다. 매니저와 부매니저가 선출되었고 선거에 참여했던 3인 모두 결과에 대한 감사의 게시글을 올렸다.


커뮤니티의 모든 선거는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만 존재하면 되는 거다. 그 어떤 이해관계가 결합된 복잡한 조직이 아니다. 그저 한 아티스트가 좋아서, 그 애정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모인 집단이다 보니 커뮤니티에 기본적으로 사랑이 흘러넘친다. 커뮤니티 운영진의 역할은 최소한의 것만 하면 된다.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 서포터를 하고 마음속 사랑을 표현하고 나누는 공간을 제공하면 그만인 것이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운영권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회원들을 통제하고 가르치려 들고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은 때로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새로운 운영진이 선출되었으니 운영권과 회비를 넘기면 모든 것은 마무리된다.

운영권의 양도는 보름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고 운영권을 넘기는 것에 동의하는지 의견을 묻는 시스템상의 기본 투표가 있다. 현재 그 투표의 내용도 양도 찬성이 99프로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당연하고 순조로운 과정을 안내하는 안내 글에서도 어이없는 내용을 발견했으니……. 투표회원의 60프로 이상이 찬성해야만 양도 된다는 것이 아니고, 투표회원의 40프로 이상이 반대할 경우 양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현 운영진에게 운영권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글을 봤나.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아있어서 글을 이런 식으로 작성했을까 싶었다. 마음씨 착한 회원들은 새로운 운영진이 선출되었으니 다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나는 못 믿겠다. 이미 신뢰가 박살난 상황이라 운영권과 회비가 새로운 운영진에게 온전히 넘겨졌다는 게시글을 보기 전까지는.


개개인의 어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티도 아니고 아티스트를 향한 뻐렁치는 마음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를 이런 분위기로 만들었다는 것에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덕질을 하는 우리는 종종 이야기한다. 팬카페 커뮤니티는 주접이 난무하는 곳이라고. 일반인이 보면 주책이라고 할 수 있는 짓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히 나누는 곳이라고.

그 편한 공간을 단 두 사람이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참으로 씁쓸하다.


커뮤니티의 주인은 운영진이 아니다. 참여하는 회원들이 주인이며 운영진은 회원들이 편히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 그만이다. 회원들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고 한발 물러나 그 공간을 관망하며 자신들의 권한을 최소한만 사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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