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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의 여운을 즐기고 싶다

by Balbi


푸르고 드높은 가을 하늘을 보기가 유난히 힘든 가을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장마가 계절을 잊고 가을로 밀려온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현우의 클래식 공연에 맞춰 비는 멈추었고 하늘은 맑아졌다.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정태양 피아니스트와 바리톤 노현우의 협연이라니 무료에 가까운 이런 공연은 놓치면 안 된다. 평소 들어보지 못했던 곡들의 연주였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들어보겠는가. 아담한 공연장의 아늑함, 그리고 피아노 연주와 바리톤의 목소리는 공연장의 공기를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그 감동을 깨는 관객의 무매너(핸드폰)는 공연의 오점으로 남았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공연에서의 아쉬움이라면 3초의 여운이다.

연주자들의 연주가 완전히 끝나고 3초 정도의 여운을 즐기고 싶다. 그러나 곡이 끝나자마자 터져 나오는 박수 때문에 그 여운을 즐길 수가 없다. 곡이 클라이맥스에 치달아 웅장하게 끝나는 경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고요하고 잔잔하게 끝나는 곡에서는 그 3초의 여운을 함께 즐기면 좋으련만, 내가 먼저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라도 있는 것인지.


어제와 같은 클래식 공연일수록 마지막 음이 사라지고 나서 공기 자체가 멈춘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아직 홀 안에 남아 있는 잔향과 감정이 정리되는 시간이다. 그 잠깐의 정적을 함께 느껴 주기만 해도 충분할 텐데.

그런데 누군가가 너무 일찍 박수를 치면 그 여운은 그대로 깨져버린다. 음악이 남긴 아련함, 설렘, 아쉬움 같은 감정들이 산산이 흩어져 버린다. 특히 어제와 같이 피아노와 바리톤 단 두 사람이 연주하는 섬세한 공연일수록 그 3~5초의 정적은 음악의 마지막 한 음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클래식 공연은 다른 장르와 달리 매너와 예절, 기본적인 애티튜드가 중요하다. 박수는 언제 쳐야 하는 것일까?


지휘자가 완전히 팔을 내리고, 무대가 정적일 때. 즉, 작품 전체가 끝났음을 명확히 알 수 있을 때 박수를 친다. 지휘자가 연주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악보를 덮는 순간도 신호이다. 독주회의 경우, 연주자가 악기에서 손을 완전히 떼고 잠시 숨을 고를 때 박수를 시작하면 된다. 클래식 공연 초보자의 경우 너무 서두르지 말고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센스다.


클래식 곡은 보통 여러 악장(1악장, 2악장,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 한 악장이 끝났다고 박수 치면 안 된다. 이유는 연주자와 지휘자가 집중과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관객들은 전체 곡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게 예의이다. 공연에 따라 공연 전 미리 안내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예외적으로 박수를 쳐도 되는 경우는 현대 음악이나 앙코르(Encore) 무대에서는 악장 사이 박수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연주자나 사회자가 분위기를 먼저 띄운다.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개인의 만족을 위함이다. 그러나 혼자만 관람하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이 함께 관람하는 공연이니 만큼, 주체하지 못하는 개인의 감정만 표현하지 말고 주위를 살피어 기본 애티튜드를 지키는 성숙한 관람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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