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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구미

by Balbi


평소 간식을 즐겨 먹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간식도 집에 쌓아두지 않는다. 얼마 전 간식공간을 만들어 여러 종류로 채워두었지만, 딱 삼일 만에 바닥이 났다. 먹깨비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없으면 굳이 찾지 않던 간식도 눈앞에 보이면 손이 먼저 가는 게 아이들이라, 다시는 채우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런 나도 가끔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 하나씩 집어 오는 유일한 간식은 ‘마이구미’다. 쫀득한 식감과 달콤함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오늘의 미션 초성 ‘ㄱㅁ’을 보자마자 구미가 생각났다. 맛있게 먹었지만 구미의 뜻이 뭔지 궁금했다. 구미의 뜻을 묻는 질문에 마이구미 제조사인 오리온에서 답변을 달아준 내용이 있었다.


구미는 젤라틴으로 만든 식감이 조금 더 쫀득한 젤리를 의미합니다. 마이구미는 ‘나의 젤리’라는 의미로, 탱글한 포도알갱이를 형상화한(포도맛) 쫄깃한 식감으로 국내 최초로 출시된 구미형 젤리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포도맛보다 복숭아맛을 좋아한다. 하지만 포도맛을 기준으로 설명해 둔 것을 보면, 포도맛이 가장 먼저 출시된 게 아닐까 싶다. 남편이 장을 볼 때도 마이구미를 하나 사 와 슬쩍 내민다. 그럴 땐 ‘센스 만점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올해 내 생일에는 아들이 복숭아맛 젤리를 선물로 내밀었다. 그마저 없었으면 내쫓을 뻔했는데, 젤리가 아들을 살렸다. 초등 둘째의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줄 때도 gummi**@**로 만들어 줄 정도니, 나의 구미 사랑, 아니 젤리 사랑은 그 어떤 간식보다 상위에 자리 잡고 있다.


간식을 쌓아두지 않다 보니 가끔 늦은 밤 간식을 찾는 아이들에게 남편은 라면땅을 해준다. 지금도 라면땅을 먹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달달하고 바삭한 맛에 푹 빠져 있다. 이럴 때 먹는 간식은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입이 심심해서, 허전함을 달래기 위함이다. 견과류를 먹으면 참 좋으련만 아이들은 달달하고 바삭한 라면땅을 더 좋아한다. 세대를 어우르는 간식인 셈이다.


또 하나 세대를 잇는 간식은 달고나다. 우리 어린 시절에 학교 앞에서 참 많이도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걸 만들어 보겠다고 집에서 국자를 태워 혼났던 적도 있다. 이런 간식이 지금은 별미가 되어 카페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설탕 덩어리라 즐겨 먹지 않지만, 아이들은 달고나의 달콤함을 유난히 좋아한다. 달고나 타령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가끔 집에서 초대형 달고나를 만든다. 대형 쟁반 사이즈로 만든 달고나를 조각내서 하나씩 집어 먹는다. 사탕이나 엿과 크게 다를 건 없지만, 학교 앞에서 사 먹던 불량식품의 이미지가 여전히 선명하다.


쓰고 보니, 달달한 간식이 내 일상에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달콤한 건 입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녹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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