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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의 기준이 있나요?

by Balbi


예술 작품, 특히 미술 작품에 있어서 좋은 작품의 기준이 있는가?

나는 작품을 보는 순간 감탄, 아름다움, 기분 좋음, 행복감, 경외감, 웅장함 같은 감정이 밀려오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난해함, 알 수 없는 묘한 불쾌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오르면 ‘이것이 과연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작품에 온갖 미사어구로 의미를 덧붙여 관객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좋고 아름다운 것에 끌린다. 어렵게 설명하고 설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음악의 경우는 이런 미사어구가 통하지 않는 영역 같다. 한 소절만 들어도 온몸의 감각이 즉시 반응한다. 좋은 소리인지 아닌지,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 그러나 전시를 다니다 보면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난해한 작품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해해 보려 설명문을 읽어보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물음표만 더 늘어날 뿐이다.


예술가들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특히 현대미술의 세계는 때로는 나에게 굴욕감을 안겨준다. 전시장을 찾는 이유는 그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좋은 작품을 보고 마음 가득 행복감으로 채우고 싶어서인데, 물음표만 안고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주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창열 작가의 작품과 함께 ‘올해의 작가상 2025’ 4인의 작가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어렵다.

예술의 세계는 어디까지일까.

이 작품들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초기작’으로 추앙받을까?

올해의 작가상 선정 기준을 알고 싶어 리플렛의 자료를 보았지만 오히려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종종 미술 작품을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작품 그 자체보다, 작품에 덧붙여진 히스토리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써내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건 아닌가. 그렇게 의미를 덧씌워 작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건 아닌가. 사실 간단히 작가명, 작품명, 짧은 설명만 있어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감상자가 스스로 느낄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시장의 설명문은 너무 구구절절하다. 때로는 감상자에게 ‘이렇게 느끼라’고 주입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본능적으로 끌리기 마련이다.


전시를 보고 치킨 다리를 뜯으며 우린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서현아 오늘 작품은 어땠어? 엄만 어렵더라.”

“나도 뭔지 모르겠어. 예쁜 것도 없고, 다 좀 이상하던데.”

“자기야, 고흐 작품은 시간이 오래 흘러서 지금 봐도 너무 예쁘잖아. 작품답잖아. 근데 오늘 본 그 작품들……. 고흐 작품처럼 시간이 오래 흐르고 봐도 작품같이 보일까?”

“글쎄…….쉽지 않을 거 같은데……. 어떤 작품은 무속신앙 냄새가 너무 나서 좀 거부감도 들고 하던데.”

“엄마, 물방울 그 작가 작품 중에 나 그림 그릴 때 따라 해보고 싶은 거 있었어.”


김창열 작가의 초기작을 보고 자신의 그림에 적용해 보고 싶다니 오늘 전시에서 얻은 소득이다. 만족한다.


예술 작품에는 작가의 철학이 가득 담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 필요치 않다. 그 작품에 담긴 철학을 감상자가 마음으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인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운이 남는 작품, 설명 없이도 마음에 스며드는 작품. 그것이 내가 믿는 예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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