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23일, 둘째와 함께 애청하던 프로그램 스틸하트클럽은 막을 내렸다. 우리의 화요일을 흥분과 기대로 물들였던 방송이 끝나자 마음 한편이 허해졌다.
응원하던 키보디스트 오다준의 데뷔로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그는 키보드 포지션 2위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응원하던 팬의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데, 당사자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자 지난 7월, 그에게서 방송 출연 소식을 전해 들었던 순간부터 매 라운드의 무대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진심을 다해 진지하고 치열하게 방송에 임했다. 단 한 순간도 음악을 대충, 가볍게 대하지 않았다. 매 라운드 새로운 곡을 해석하며 연주하는 모습은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신선했고, 때로는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충격은 부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이런 모습도 있구나’ 하는 놀람에 가까웠다.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진지하게 음악에 임했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음악성만으로 평가되는 자리는 아니었기에 아쉬움은 남는다. 그럼에도 그의 다음 음악 여정을 기대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많은 출연자들이 그동안의 응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개인 SNS에 올렸지만, 그의 계정만은 한동안 조용했다. 군 전역을 앞두고 소중한 말년휴가를 모두 쏟아부었으니, 그에게는 쉼이란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 전역 후 여행을 다니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곧바로 방송에 출연했으니 몸도 마음도 쉽지 않았을 테다. 그러다 크리스마스였던 25일 오후, 그의 글이 올라왔다. 긴 감사 인사 끝에 앞으로 자신의 서사에 집중해 보겠다는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이틀 뒤인 27일, 오케스트라 공연에 신디사이저로 참여한다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그에게 방송 출연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던 바로 그곳, KBS홀에서의 공연이었다. 공연 이틀 전이었지만 티케팅은 수월했고, 그를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며 얻은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연주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가 명당이라는 것이다. 그런 개인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중앙 C구역 21열이 연주자들을 보며 음악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좌석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어제의 공연에서 그 판단은 완전한 미스였다. 공연의 90퍼센트는 오글로 단 한 사람만 보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 잠시 그를 볼 수 있었다. 7월에는 비교적 조용히 그와 마주할 수 있었지만, 어제는 20~30명의 어여쁜 젊은 팬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방송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 더 슈스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등 여러 생각을 하며 뒤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 돌아왔다.
그는 생각보다 빠르게 스하클의 아쉬움을 털어낸 듯했고, 전반적으로 밝아 보였다. 팬들과의 만남에서 방송이 끝나니 이제야 전역이 실감난다는 말을 들으며, 그에게 방송은 군생활의 연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의 군악대쯤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 말을 곱씹다 보니, 우리 모두에게 삶의 전환점이라 여겨지는 일의 종료에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식은 사치이거나 버려지는 시간이라 여겨 최소한으로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오히려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다음 스텝으로 더 쉽게, 더 멀리 도약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남았다.
풍성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더불어 그의 연주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고 돌아오니 비로소 연말이 실감났다. 이렇게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2026년도, 그리고 그의 2026년도 모두 희망으로 가득 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