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이땅

by Balbi


몇 년 전부터 연초에 1년의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고 있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나름의 성과도 보이고, 잘 살아냈구나 싶다.


지난 연말, 남편과의 대화 중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야, 난 1년이 끝나는 12월 31일 이후에 일주일정도 세상이 셧다운 되면 좋겠어. 모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게 잠시 멈추는 거야. 종료와 시작이 분명히 구분되고, 새로운 출발을 할 때 왠지 ‘요이땅’ 하는 느낌을 줄 것 같아서 그런 상상을 가끔 해. 근데 현실은 그게 안 되지.”


가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셧다운’이라는 시간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활기차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SF영화의 한 장면도 떠오른다.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여행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상상은 지구 전체가 잠시 멈추는 시간을 의미하는 거니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삶도 시작과 종료가 명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림과 육아라는 것은 이런 명확성과는 거리가 멀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은 무료함과 무기력을 주기도 한다. 그런 일상 속에서 소소한 감사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2026년은 새로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 결정에 결코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기를 바라며 한걸음 내딛어 보려한다.

지난 실패가 디딤돌이 되어 한 단계 점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방향을,

결과보다는 과정을 믿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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