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이대로 좋은가?

by Balbi


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을 사랑한다.

그들의 음악으로 감동과 위로를 받으며 일생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발라드를 위주로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금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레 TV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도 확장되었다.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반가웠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종류가 다양해지며, 아티스트 팬덤은 더 이상 10대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중년과 노년의 팬덤 또한 활발해지며, 이는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느낀다. 동시에 수많은 무명의 아티스트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 역시 분명한 장점이다.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일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개인의 실력보다 참가자가 가진 서사에 과도하게 집중하거나, 음악성보다 외모와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실력을 가진 아티스트를 선발하기보다, 방송이 원하는 이미지를 편집을 통해 만들어내고 그에 맞는 인물을 뽑는다는 인상이 강해졌다. 일부 프로그램이 투표 조작 논란을 겪은 것 또한 이러한 불신을 키웠다.


지금도 많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방영되고 있지만, 최근 가장 애정을 갖고 시청한 스틸하트클럽은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이돌 중심의 음악 시장 속에서 밴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를 선발한다는 취지는, 음악을 사랑하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방송이 진행될수록 밴드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인지, 아이돌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인지 혼란스러워졌다. 회차가 거듭되며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밴드형 아이돌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밴드맨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의 음악을 라이브로 선보이는 밴드맨들은 뮤지션을 꿈꾸지 아이돌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방송은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성과 고민보다 퍼포먼스와 비주얼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모습으로 보였다. 제작진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된 편집본은 그렇게 느껴졌다는 점에서 이는 결국 편집의 문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을 보며 느낀 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순수한 개인적 견해임.)


프로그램 시작 전 공개된 티저 영상의 홍보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당신의 심장을 훔칠, 날 것(LIVE)의 뮤지션들이 온다!
더 뜨겁게! 더 치열하게!
오직 하트를 훔쳐야만 살아남는다!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할 글로벌 밴드가 탄생하는 이곳!
지금, STEAL HEART CLUB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날 것(LIVE)의 뮤지션들’이라는 문구를 본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뮤지션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미 실력과 이력을 갖춘 밴드형 인재들을 모아 하나의 밴드를 완성하는 과정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최종 회차까지 시청한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나의 기대에 불과했다. 이 프로그램이 지향한 것은 뮤지션이 아니라 ‘밴드형 아이돌’에 가까웠다.


제작진의 프로그램 제작 목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첫째, 현재 밴드 음악이 시장에서 수익성이 있는지를 테스트하고 싶었을 것이다.

둘째, 데뷔 후보군을 방송을 통해 음원, 공연, 팬덤 반응까지 사전 검증하고자 했을 것이다.

셋째, 연습생을 장기간 육성하는 방식이 아닌, 이미 검증된 인재를 선별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했을 것이다.


‘밴드 붐이 온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지금, 제작진은 이 흐름에 편승해 데뷔와 동시에 크게 주목받는 팀을 만들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참가자들에게도 분명 장점은 있었다. 탈락자들에게도 작은 팬덤이 형성되며 이름을 알릴 기회가 주어졌고, 방송을 통해 일정 수준의 음악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끝난 지금까지 불쾌감이 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장르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 프로그램은 유독 ‘꿈을 가진 청년들을 이용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다른 장르의 프로그램에서는 보통 세미파이널 이상의 참가자들이 방송 종료 후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며, 그 기간 동안 형성된 팬덤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승자가 아니더라도 음악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틸하트클럽은 데뷔할 단 한 팀만을 남긴 채, 그 외의 참가자들에 대한 후속 구조 없이 방송을 마무리했다. 이 지점에서 제작진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종합해 보면, 이 프로그램은

‘청년 밴드맨들의 꿈을 통해 밴드 시장의 가능성을 실험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물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시청자의 투덜거림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참가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꿈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이상 인기투표에만 의존하는 선발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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