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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두 번째 기타 스승을 운명처럼 만나다

by Balbi


2023년 학교 축제에서 기타 단독 공연으로 단숨에 학교의 인기스타가 된 아들은 요즘 더 생기가 넘쳐 보인다. 친구들과 선배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자존감이 높아진 덕분일까? 학년 말 친구들이 써준 롤링페이퍼는 온통 기타 이야기로 가득했다.


“너무 멋있었어! 꼭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돼!”


친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잔뜩 받아온 아들은 들뜬 표정이었다.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해왔지만, 무엇이든 확고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나는 막을 생각이 없다. 그저 진심으로 몰입하고 열심히 한다면 나 역시도 전력을 다해 서포트할 생각이다.


축제가 끝난 그 주 토요일,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온 가족이 기타 피크 전시회를 찾아 홍대 근처의 작은 카페로 향했다. 작은 전시 공간이었지만 짧은 공연이 함께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핑거스타일 주법 기타 연주의 세계를 처음 접했다.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명료한 기타 소리가 마치 피아노나 첼로처럼 마음을 울렸다. ‘기타로 이런 연주가 가능하구나! 정말 멋지다.’ 기타는 터프한 스트로크 주법의 악기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핑거스타일 주법 연주에 귀가 트이고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핑거스타일로 연주한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아들은 핑거스타일에 꽂혀서 학교 축제도 핑거스타일의 곡을 연주했었다. 다른 주법엔 관심이 없다.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거엔 통 관심이 없는 녀석이다.


“야, 그 띵띵 거리고 기타를 드럼같이 퉁퉁 치는 게 뭐가 멋있어? 엄만 시끄럽다고!”

“엄마, 이게 얼마나 멋있는데! 요즘 엄청 인기 있는 곡이야.”

“글쎄, 엄만 좀 시끄럽게 느껴지는데… 그냥 ‘자전거 탄 풍경’ 같은 곡 쳐주면 좋겠구먼.”

“그건 쉬워서 재미없어. 내가 하는 게 더 어렵고 멋진 거라니까.”


처음에는 아들의 핑거스타일 연주가 소음처럼 들렸지만, 그날 기타리스트의 공연을 본 이후 나의 생각이 달라졌다. ‘배워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느꼈다.


아들은 현재 동네에서 어쿠스틱과 일렉 기타를 번갈아가며 배우고 있다. 축제 때 연주한 핑거스타일 곡은 독학으로 마스터한 것이었다. 이를 선생님께 보여드리니, 핑거스타일을 깊이 배우고 싶다면 전문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토요일 전시회에서 연주를 듣고 반했던 기타리스트가 생각났다. 연주 후 잠깐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에게 DM을 보냈다. 잠시 후 본인의 프로필과 수업안내를 보내주었다. 레슨 장소 역시 집에서 자차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전화로 본격적인 상담이 이루어졌다.

나는 아이의 학습 습관과 우리 가족의 기대를 전달하며 두 가지를 요청했다.

재능이 있는지 파악해 달라.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욕심을 키워 달라.

아들은 한 가지에 열심히 몰입하다가도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스스로 만족하고 멈추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잡아달라고 요청했고, 선생님도 욕심을 내서 수업 진행을 해보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교육 방향이 나와 잘 맞는다고 느껴졌다. 예체능이던 학습이던 수업을 할 때 나의 교육방향과 맞는 선생님을 만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서로 방향이 맞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좋은 선생님과의 만남은 결과를 좌우하기에 항상 신중히 선택하는 편이다.


전화 상담을 마치고 기타리스트는 레슨과 관련된 질문을 보내오셨다. 하교를 한 아들에게 전달해주고 답을 받아 보내드렸다. 꼼꼼한 상담과 질문지를 통해, 연주가 훌륭했던 기타리스트는 수업 또한 훌륭 할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주었다.


아래는 선생님께서 보내준 질문지의 내용과 아들의 답변이다.


1. 기타를 배운 경험이 있으시다면 배운 기간과 본인이 제일 자신 있는 연주곡을 알려주세요.

==>1년 정도 배웠고 파이트, 펑크디파이드 칠 수 있습니다.

2. 혹시 'JIHO KIM | FINGERSTYLE STATION'을 통해 배우고 싶은 곡 혹은 목적이 있으신가요?

==>편곡, 자작곡 만드는 방법 같은 것을 알고 싶습니다.

3. 레슨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입문 | 대회 | 유학 | 편곡 | 작곡 | 핑거스타일

==>편곡, 작곡, 핑거스타일 (입시)

4. 타브악보를 읽을 수 있나요?

==>예 (완벽하지 않음)

5. 온음표, 2분 음표, 점 4분음표 등 모든 음표 및 쉼표들을 정확하게 셀 수 있나요?

==>피아노를 칠 때 배웠지만 지금은 까먹은 상태 입니다

6. 4분의 4박자 / 4분의 3박자 / 8분의 6박자에 대해 알고 있나요?

==>잘 모릅니다.

7. 로우코드 (ex. C, Am, F, G), 7th 코드 (ex. C7, Bo7, F#m7), 텐션코드 (ex. D7⁹, Am7¹¹, BMaj7⁹) 들을 잡으실 수 있나요?

==>웬만한 로우코드들은 다 잡을 수 있고 나머지는 잡을 수는 있지만 코드가 뭔지 잘 모릅니다.

8. 현재 기타를 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원활한 강의진행을 위해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은 없는 것 같습니다

9. 어떻게 'JIHO KIM | FINGERSTYLE STATION'을 알게 되었나요?

==>잼스 기타님의 피크 전시회때 연주하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10. 'JIHO KIM | FINGERSTYLE STATION'을 통해 특별히 배우고 싶은 것이 있나요?

==>기타 이론, 스케일, 화성학 같은 것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모든 과정이 우연 같으면서도 필연처럼 착착 진행되었다. 전시가 열렸던 카페에서의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아들의 연주를 여전히 시끄럽게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내게 기타라는 악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연주를 보고 온 직 후, 레슨은 생각도 안하고 있을 때 아들에게 이야기 했었다.

“이 형아 잘생기고 연주가 훌륭해서 엄청 유명해 질 거야. 엄마가 찍은 사람 다 인기스타 되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덕질을 해야 해.”

나의 덕질 대상에 아들의 관심 분야 아티스트를 한명 추가하는 순간이었다.


덕질을 하려던 기타리스트가 아들의 스승님이 되다니, 정말 삶은 예측 불가다. 이 운명 같은 만남을 계기로 아들은 2024년 1월부터 ‘핑거스타일’이라는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세계로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앞으로 이 여정에서 덕질하는 마음으로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토요일 선생님 연주를 보고 반해서 제 덕질이 또 시작되나 했는데, 이렇게 인연이 되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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