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나에게 ‘귀엽다’는 말은 예쁘지 않은 사람에게 에둘러 표현할 때 쓰이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스럽고 예쁘장한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동글납작한 얼굴을 가진 나에게 늘 따라다니던 표현이 ‘귀엽다’였다. 언니와 남동생에게는 예쁘다는 말을 하던 사람들이 나에게는 늘 귀엽다는 말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귀여운 게 어디야!’
그러다 아이들을 키우며 ‘귀엽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귀엽다와 예쁘다는 완전히 별개의 표현이었다. 예쁘다는 표현이 외형의 아름다움에 국한된 말이라면, 귀엽다는 표현은 외형은 물론 행동이나 언어 사용 등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
말을 배우며 더듬거리며 말하는 모습과 목소리.
작고, 순수하고,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우리는 ‘귀엽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남녀 사이에서도 서로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넘어 귀엽다는 감정이 생기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연애를 할 때도, 덕질을 할 때도 그 대상이 귀여워 보이면 그 매력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보면, 귀여움이라는 매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중학교 3년 내내 중2병에 걸려 삐딱하던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며 나긋나긋 부드러워졌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싶어 남편에게 물었더니, 남편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여동생에게도 틱틱거리며 불친절하던 녀석이 친절해졌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확실히 달라졌다.
그래서일까. 녀석이 귀여워 보인다. 머리를 당장 해병대에 입대하는 사람처럼 밀고 온 모습, 다시 살이 쪄 볼살이 터질 것 같은 모습, 갓생을 살겠다며 이틀 연속 미라클 모닝을 하는 모습, 아침 운동을 나가 커피를 사 오는 모습까지. 정말 오랜만에 귀여움이 느껴진다.
며칠 전 딸과 외출을 하고 돌아오던 길, 추위에 롱패딩에 달린 모자를 쓰고 딸에게 말했다.
“이렇게 모자 쓰고 가리면 귀여워 보이지?”
“엄마, 왜 그래? 대체 뭐라는 거지?”
“야, 그래도 50대에서 엄마 정도면 귀여운 거지. 50대 중에선 이렇게 귀엽기도 쉽지 않을걸.”
농담으로 건넨 말에 딸은 나를 한심한 아줌마 보듯 쳐다봤지만, 그 말 덕분에 서로 활짝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었으니 되었다.
귀여움을 뛰어넘는 매력은 없다는 말처럼, 이제는 주변의 모두를 조금 더 귀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