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시작하며 바이올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대1 수업은 평범한 일상에 작은 설렘을 준다. 작년, 온라인으로 기초를 배우며 아쉬움을 많이 느꼈었다. 역시 악기는 오프라인에서 선생님께 배우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면 강의는 온라인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을 디테일하게 잡아 주었다. 운동이든, 악기든 역시 자세가 중요하다. 자세가 교정되니 바이올린의 소리도 달라지고 조금 편해졌다. 또한 궁금증을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으니 만족스러운 수업이다.
아주 기초적인 동요를 악보보고 낑낑 소리를 내며 연주하는 정도지만 가족들에게 큰 포부를 밝혔다.
“열심히 배워 콩쿨 나갈 거야.”
매일 30~60분 정도 연습을 하고 있지만 손가락 끝이 아프다. 그 아픔을 넘어서야 실력이 늘 텐데 쉽지 않다. 지치지 않고 오래하려면 너무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 바이올린을 연습하다 잠시 쉬는 틈에 SNS를 보니 소녀시대 서현이 바이올린 입문 5개월 만에 롯데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단다. 비토리오 몬티(Vittorio Monti)의 명곡 ‘차르다시(Csárdás)’를. 제목만으로는 어떤 곡인지 몰라 유튜브를 찾아보니 많이 들어서 익숙한 곡이다. 그런데 이 고난이도의 곡을 입문 5개월 차가 연주 한다고? 설마.
대중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로 서현이라는 가수를 무대에 세운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무대에서의 연주가 장난도 아니고, 장소는 꿈의 무대라고 여겨지는 롯데콘서트홀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협연이라니……. 실소가 나왔다.
공연의 기획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가 바이올린 전공자였다면,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 같다. 평생을 악기에 매진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도 롯데콘서트홀은 꿈의 무대일 텐데 말이다.
‘억울하면 유명해지라는 말이 이럴 때 나오는 거겠지.’
무대에서 그녀가 어떤 수준으로 연주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알리는 홍보가 목적이라면 그녀를 해설자로 세우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초대박 천재가 아닌 이상 내가 들었던 ‘차르다시’ 연주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문 5개월 만에 ‘차르다시’를 무난히 연주한다면 평생을 악기에 매달려온 이들은 자괴감에 빠질 테니 말이다.
그녀가 입문 5개월 만에 ‘차르다시’를 무대에서 연주한다고 하니, 아직 알 수 없는 그녀의 수준을 뛰어넘고 싶은 도전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는 손익분기점을 철저하게 따지는 사람이다.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들였으면 그만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돈을 들여 무엇을 배우면 열심히 한다. 과거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그 덕에 빠르게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만큼의 결과를 동반하지 않았다.
‘돈을 들이지 않아서 일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것들에도 아깝다고 느낄 만큼 돈을 들이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내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일로 생각이 옮겨갔다. 글쓰기였다.
‘글쓰기에도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인가?’
수영과의 차이라면 ‘돈’이 빠져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와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데 돈을 들이기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그저 고맙고, 가끔 달아주시는 댓글을 동력삼아 나아갈 뿐.
20년 전 사둔 제일 저렴한 바이올린으로 낑낑거리며 연습하는 나를 보며 아들이 묻는다.
“엄마, 콩쿨도 이 바이올린으로 나갈 거야?”
“콩쿨 나갈 정도면 좋은 걸로 하나 사야지!”
이제 시작이면서 꿈은 원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