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를 보고
오래전 흑백요리사1을 재미있게 봤기에 흑백요리사2의 시작을 기다렸다. 이런 프로그램은 몰아서 보는 편이 좋다는 생각에 마지막 화가 공개된 뒤에야 시청을 시작했다. 13화를 모두 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오늘에서야 그 끝을 보았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감동은 전혀 줄지 않았다. 최강록 셰프의 우승이 왜 그토록 극찬받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매회 등장하는 요리들은 감탄을 자아냈고, 집에서 하는 평범한 집밥조차 파인다이닝처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방송이 끝난 뒤, 모두가 우승자를 이야기하는 동안 내 마음에 오래 남은 사람은 후덕죽 셰프였다. 요리 인생 57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문득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한발 물러나 조금은 편한 삶을 생각한 적은 없었을까.
젊은 후배들을 보며 자신의 선택을 의심한 순간은 없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한 분야를 57년 동안 붙들 수 있었을까.
방송을 다 보고 난 뒤에도 후덕죽 셰프의 얼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로 향했다.
육아로 경력단절에 이른 나는, 너무 쉽게 물러난 것은 아니었을까.
젊은 시절 품었던 야망은 언제, 어디로 사라진 걸까.
너무 쉬운 길로만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조금 더 치밀하고 밀도 있게 일에 접근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하던 일은 왜 나이를 먹으면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감각이 조금 무뎌질 수는 있어도, 그 대신 쌓인 시간이 만들어주는 다른 강점은 분명히 존재할 텐데.
57년 경력의 셰프를 보며, 내가 해왔던 일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히 꿈틀거렸다. 예전처럼 욕심내지 않고, 과한 의미를 덧붙이지도 않은 채, 정말 작은 일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졌다.
다시 한다는 것은 예전의 자리를 되찾는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전보다 작고 느린 속도로, 그러나 더 오래 갈 수 있는 방식으로 일에 접근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후덕죽 셰프처럼 오래 버티는 사람이 되겠다는 거창한 다짐은 하지 않더라고, 적어도 내가 해왔던 일을 스스로 부정하지는 않고 싶어졌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멈춰야 했던 시간에 대해, 오늘은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본다.
오늘 밤은 이 꿈틀거림 때문에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