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정답이라고 믿으며

by Balbi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나는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따르는 삶이 정답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내 주변의 모든 이도 그러했고, 다수가 그 과정을 지나왔기에 내 자식도 당연히 그대로 갈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길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들이 기타로 진로를 정하면서 한 번씩 지나가는 말로 던졌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검정고시를 치른 후 대학을 서둘러 가겠다는 말을 실제로 실행하게 될 줄이야.


1월 21일, 배정받은 고등학교에 입학 포기 서류를 제출하고 왔다. 집 바로 옆에 위치한 학교로 배정받았기에 잠시 고민을 했다. 집과 거리가 먼 학교였다면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을 테지만, 집에서 5분 거리의 학교를 포기한다는 것이 어쩐지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들의 생각은 확고했다. 서류에 사인을 하면 이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결정에 후회를 남기지 말라는 의미였다.


1월 22일,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 방문해 등록 서류를 작성하고 멘토링 신청도 했다. 인천 지역 대학인 연세대, 인하대, 인천대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학습 멘토링을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영어와 과학 두 과목을 신청했다. 학습적으로도, 인생 선배로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생님과 연결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꿈드림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검정고시 교재도 두 과목까지 지원되어 국어와 영어 교재를 받아왔다. 8월 검정고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중학교 3년 동안 학습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녀석이기에 걱정이 되지만, 갓생을 살겠다며 머리를 밀고 오고, 미라클 모닝을 하며 오전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보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기 전에는 전혀 상상해 보지 못했던 길이다. 일반적이고 보통의 삶을 살아왔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지금 선택한 이 길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내 주변의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려는 아들 덕분에 나 역시 이것저것 새롭게 공부하고 알아가고 있다. 그동안은 이런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조금은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내 자식의 길이 되고 보니 시선이 달라졌다. 그저 많은 사람이 가지 않는 또 하나의 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길, 어떤 삶이 정답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내가 살아온 길조차 정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으면서, 꼭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아이에게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남과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음을 내가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그 길이 예측 불가능해 불안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인 만큼 후회 없이, 책임 있게 감당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의 선택으로 남들보다 빠르게 대학 생활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회 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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