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난방비를 아껴보려고 집 안의 실내 온도를 21~23도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입는 옷의 두께가 점점 두꺼워진다. 한겨울에도 반팔로 집안을 활보하던 나는 어느새 기모가 들어간 티셔츠와 털이 보송한 니트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 빨간색 니트를 꺼내 입었다. 그걸 입고 집안을 오가니 둘째가 말한다.
“엄마, 빨간색 티 입으니까 다이소 직원 같아.”
저녁을 먹으면서도 마주보고 앉아 또 같은 소리를 했다.
“네, 고객님 식사 맛있게 하시고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빨간 니트 하나로 ‘다이소 직원’이 되다니.
색 하나가 기업을 떠올리게 한다. 참 단순한데 강력하다. 대중에게 각인되어 스치듯 보기만 해도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가 떠오른다. 예전에는 이것을 마케팅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마케팅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운도 작용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속된 말로 ‘떡상’하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다이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짧게 아이덴티티와 ‘떡상’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나도 나만의 브랜드를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 브랜드가 나의 겨울을 녹여줄 해빙기가 되기를 바란다.
중학교 3년 내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아들이 목표가 생기자 공부를 시작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한국사, 음악. 총 7과목을 요일별로 시간표를 짜서 진행 중이다.
과학책을 펼쳐 공부하는 녀석을 옆에서 보니 오른손에 형광펜을 쥐고 중요한 내용에 표시를 하고 있었다.
“야, 과학책 보며 색칠 공부 하냐? 형광펜으로 죄다 표시를 하게…….”
“중요한 내용이니까 표시를 하는 거지.”
알록달록해진 과학책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그날의 목표치를 해내고 있음에 만족한다. 욕심을 부리면 튕겨져 나갈 녀석이기에 적당한 선에서 밀고 당겨야 한다.
녀석의 진로와 공부량, 연습량이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내 욕심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렇게 정리하지 않으면 내 마음은 지옥불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일단 내 욕심이라고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에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내 마음에도 해빙기가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이 해빙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기분이 내려앉는 날이면 다시 지옥불이 피어오른다. 그럴 때마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마음을 다스린다.
욕심이다.
욕심이다.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