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아이들의 새 학년이 시작됐다.
바깥 공기와 햇살, 바람은 봄이 왔음을 알리고, 모두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데 나만 제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축축 처질때는 움직여야 한다.
마침 정월대보름이다.
냉동실을 뒤지니 시래기와 이름 모를 나물 하나가 나왔다. 꽁꽁 얼어있던 나물을 꺼내 해동시켰다. 그리고 주방 선반에 잠자고 있던 건취나물을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주고, 질긴 식감이 싫어 압력솥을 이용해 삶아주었다. 해동한 시래기는 질긴 겉껍질을 벗기고, 된장을 넣어 달달 볶았다.
냉동실에서 꺼내고 물에 담가두기 시작한 시간부터 따지면 꼬박 하루가 걸려 완성된 나물 세 가지다. 완성된 나물을 상에 올리면 참 소박하다. 그러나 그 안에 든 시간은 소박하지 않다. 나물에는 늘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오늘 저녁상의 주 메뉴는 취나물, 시래기나물, 이름 모르는 어떤 나물, 무나물이다. 아이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억지로 조금씩 먹이며 생색을 냈다.
“요즘 집에서 이렇게 나물 해주는 엄마가 어딨냐? 다 반찬가게서 사오지. 해줄 때 맛있게 먹어.”
솔직히 아이들 입맛에 맞는 메뉴는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이 맛을 찾을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그땐 엄마의 손맛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나물 세 가지를 만드는 동안 손을 쉬지 않고 움직인 덕분인지, 고소한 들기름 냄새 덕분인지 축축 쳐지던 마음이 조금은 회복되었다. 역시 집중하고 몸을 움직여야 잡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녁을 먹은 뒤 매년 동네에서 열리는 정월대보름 행사를 보러 나갔다.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달집태우기가 이미 시작된 뒤였다.
활활 타오르는 큰 불꽃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 불꽃이 서울예대 로고처럼 보였다.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아들의 입시로 가득하다.
저 불꽃이,
연말에는 서울예대 로고로 바뀌어 우리 집에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