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

그림도 그려요

by Balbi




요즘은 혼자 많은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다.

뭔 잡생각이 이리도 많은지…….


가끔은 모두가 이렇게 많은 생각 속에서 사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MBTI 유형을 찾아보니 INTP, INFJ, INTJ가 나온다. MBTI 검사를 하면 여러 번 ENTJ가 나왔지만 INTJ가 나오기도 했고, T와 F의 중간쯤에 놓여 있다고 느끼기도 하니,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삶을 산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이를 먹으면 흔들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막상 내가 나이를 먹고 보니 아니었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다. 삶은 근본적으로 고뇌와 번뇌의 연속이다. 그것이 사라지는 날은 이승에서의 삶을 다하는 날일 것이다.


그 수많은 생각들을 머릿속에만 담아두면 망상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글쓰기다. 하나씩 꺼내어 정리해 나가는 과정은 불안정한 삶을 조금이나마 안정으로 이끌어 주었고,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내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생각과 글쓰기의 결합은 또 다른 방향으로 나를 확장시키기도 했다.


며칠 전, PEAK 시리즈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글을 썼다.

사실 그 그림의 시작도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연결되고 확장되다가 시작된 작업이다.


3월의 어느 늦은 밤.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은 끝없이 이어졌다.


금기숙 작가 작품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공예박물관, 주말에 남편이랑 둘째 꼬셔서 같이 가야지.
따뜻해지고 날이 좋아지면 미술관 가야지.
미술관은 분위기가 참 좋다.
금기숙 작가 작품은 정말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금기숙 작가 작품 한 번씩 보면 좋겠다.
나의 최애도 금기숙 작가 작품 보면 좋겠다. 봤을까?
최애를 공연장이 아닌 미술관에서 만난다면?
자만추 장소가 공연장 근처가 아니라 미술관이라면, 넘 낭만적인데.
이 내용을 소설의 한 부분으로 쓰면 재밌겠는데.


뜨끈한 이불속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은 결국 소설의 한 부분을 쓰는 데까지 이어졌다.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에피소드는 점점 확장되어 하나의 초고로 완성되었다.


그 소설에는 그림이 등장한다.

막연하게 설정해 두었던 그림은 이야기를 써 내려가던 중, 캔버스에 그리고 싶었던 ‘전성기’와 연결되었다.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을 내가 쓴 소설에 담았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이 소설을 그냥 묵혀둘지, 브런치에 공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글과 그림이 각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묶였다고 생각하니 재밌었다. 나의 사부작거림이 확장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 어쩌면 그럴싸한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에만 머물던 생각을 밖으로 꺼내 표현한다는 것만으로도 해방감 같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지금도 삶이 고단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글쓰기를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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