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부터 시작된 전쟁기념관 공연에 요즘 2주마다 한 번씩 꼭 가고 있다. 마치 예약이라도 한 것처럼, 나도 모르게 발길이 닿는다. 매번 똑같은 공연이지만 볼 때 마다 새롭다.
날이 더워지며 5월부터 장병들의 복장이 하복으로 바뀌었다. 해군은 하얀 세일러복을 입는데, 마치 아이들의 교복 같은 느낌이 들어 귀여웠다. 육군은 하얀 바지에 옆선의 빨간 줄이 포인트로 들어가 멋스러웠다. 이런 작은 변화도 공연을 즐기는 데 새로운 재미를 더해준다.
지난 정례 행사 때부터는 오래된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10년도 넘은 카메라이기에 조명이 필요한 실내 공연이나 야간 촬영에서는 원하는 사진을 얻기 어렵지만, 자연광의 야외에서는 아직 쓸 만하다.
2주 전, 처음 촬영한 사진을 하나씩 살펴보니 몇 장은 꽤 만족스러웠다. 이번에도 카메라를 들고 가서 군악대 장병들의 모습을 담았다. 사실 카메라를 들고 간 이유는 지훈(리베란테)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공연이 거듭 될수록 노래하는 군악대 싱어들과 밴드에게도 정이 들어, 그들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면 하나씩 담고 싶었다.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에서 공연하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나의 작은 응원이었다.
공연 장비를 세팅하고 리허설을 마친 뒤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틈나는 대로 장병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공연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이어지는 동안 밴드는 장비 정리로 분주했다.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몇몇 장병들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밴드도 사진하나 찍어주세요!” 라고 말하자
“야야, 모여! 사진 찍어주신데.” 그렇게 밴드 완전체가 모였다.
“저 렌즈가 망원이라 조금 뒤로 갈게요. 여기 봐주세요.” 라고 말하자, 그들은 거수경례를 하며 멋진 포즈를 취해 주었다. 너무 멋있다고 칭찬을 하며 그들의 단체 컷을 찍었다.
군인들의 거수경례가 이렇게 멋질 일인가? 진심으로 그들의 거수경례는 멋있었다.
현충원 신춘음악회 ‘미드나잇 세레나데’ 무대에서 파트별로 거수경례를 보며 큰 감동을 받은 이후로, 군인들의 거수경례만 보면 설레고 감동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책이고, 별게 다 감동이다 싶지만, 정복을 입은 군인들의 거수경례는 뭔가 특별한 울림이 있다.
귀가 후 메모리카드에 담긴 사진을 살펴보니 지난번보다 잘 찍은 사진들이 많다. 역시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 발전한다. 찍어온 사진을 보며 한참을 혼자 흐뭇해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밴드의 거수경례 사진을 올리고 계정을 아는 장병들을 태그했다. 모두 리그램하며 감사인사를 전해왔고, 그 모습이 귀여웠다. 계정을 몰랐던 한 장병은 따로 DM으로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다음 공연에서는 더 멋지게 찍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몇몇 장병들에게는 잘나온 독사진을 DM으로 보내주었더니, 맘에 들었는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감사 인사를 해주었다. 사실 사진을 보내기 전에는 그들이 부담스러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활동하던 프로 아티스트가 아닌 아마추어 아티스트인 장병들이 이런 독사진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했는데 기우였다.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그들은 자신의 공연 모습을 담은 사진에 고마워했고 만족해했다. 역시 공연하는 이들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자의 삶에서 대중의 관심과 사랑 없다면 너무나 고독하고, 때로는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앞으로 그들을 더 많이 응원하고 관심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중학생이 되어 밴드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집 아이를 봐도 비슷하다. 공연을 마치고 오면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공연의 완성도와 대중의 반응을 체크한다. 공연자에게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큰 힘이 되고, 그들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음악을 하는 청년들을 열심히 응원한다. 그들이 원하고 추구하는 음악 세계가 무엇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찬란하게 빛나기를. 몇 년 뒤, 지금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