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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라는 노래가 더 반가워졌다

by Balbi


가수 이무진의 신호등, 몇 해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끈 곡으로 아이들도 흥얼흥얼 쉽게 따라 부르던 국민송 같은 노래다. 흥겨운 멜로디에 자극적이지 않은 노랫말이 삶의 불확실성과 방향성을 찾는 청춘의 마음을 담고 있는 곡이다. 노랫말에 담긴 정확한 내용을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제목과 노랫말 중간 중간에 나오는 쉽고 익숙한 단어들과 멜로디가 아이들에게는 동요 같은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신호등 <이무진>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가려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
이미 난 발걸음을 떼었지만 가려한 날 재촉하네 걷기도 힘든데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가 뇌에 맴도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동그라미들 모두가 멈췄다 굴렀다 말은 잘 들어
그건 나도 문제가 아냐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운전대를 못 잡던 어릴 때가 더 좋았었던 것 같아
그땐 함께 온 세상을 거닐 친구가 있었으니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조명들이 날 빠르게 번갈아 가며 비추고 있지만
난 아직 초짜란 말이야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꼬질꼬질한 사람이나 부자 곁엔 아무도 없는
삼색 조명과 이색 칠 위에 서 있어 괴롭히지 마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우리 집에서도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첫째와 유치원에 다니던 둘째의 입에서 많이도 불렸던 곡이다. 지금도 가족이 함께 차로 이동하며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떼창을 하는 너무나 친근한 노래다.


덕질중인 리베란테의 지훈이 입대하며 새로운 경험과 미래의 슈스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실력 있는 싱어와 연주자들을 알게 되었고, 몇몇 청년들에게는 덕질 초기 증상과도 같은 흥미와 관심이 생겼다. 특히 국방부 군악대가 '넘사벽' 실력자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음악 활동이 더욱 궁금해졌다. 아직 먼 이야기지만, 음악을 하는 아들을 언젠가 국방부 군악대에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며, 그들이 어떤 음악적 경력을 쌓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관심 있던 장병들의 개인 SNS를 살펴보다가 건반을 연주하는 한 청년이 가수 이무진의 공연 세션에 참여했던 것을 발견했다.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를 그가 연주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고 반가웠다.


‘역시!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구나. 큰 무대에서의 공연 경험과 대회에서의 수상 이력이 필요한 곳이구나.’


전쟁기념관 정례행사에서는 주로 일렉기타나 베이스의 솔로 연주가 돋보였지만, 건반 소리를 단독으로 감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국립서울현충원 신춘음악회와 국방부 군악대대 정기연주회에서는 그의 건반 연주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고, 그 소리에 매료되었다. 같은 건반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느껴지는데, 그가 연주하는 건반 소리는 유난히 감미로웠다. 자연스럽게 그의 다른 연주도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레슨을 받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지호 선생님을 선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그의 기타 연주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타 소리가 이렇게 청아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니! 연주와 가르침은 분명 다른 영역이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매력적인 연주자의 지도를 받게 하고 싶었다.


사람의 목소리든, 악기의 연주든, 매력적인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전역 후 그가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멋진 음악으로 성장해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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