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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슈스(슈퍼스타)들에게 진심이 전해진 날

by Balbi


나는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는 사람이다. 한곳에 정신이 쏠려 있으면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상반기는 덕질에 푹 빠져 소홀해져 버렸다. 원래 목표는 일주일에 3~4편의 글을 쓰는 것이었지만, 6월 한 달 동안 고작 4편만 썼으니 스스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5일, 전쟁기념관에서 시작된 2024년 상반기 국군 정례 행사가 6월 28일에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처음 방문은 오롯이 김지훈(리베란테)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함이었다. 공연장에서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를 볼 수 없으니, 이곳에서라도 1열 관람을 하고 싶었다.


첫 방문에서 덕친들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매주는 좀 그렇고 2주에 한 번은 가야지" 했던 말이 어느새 내 자신과의 약속이 되어버렸다. 6월이 되자 "이제 4회 남았다"는 아쉬움과 장마로 인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매주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이렇게 여러 번 방문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매주 금요일마다 무엇에 홀린 듯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던 나는 단순히 김지훈에게만 미친 것이 아니었다. 시작은 김지훈이었지만, 공연 횟수가 거듭되며 성악병, 보컬병, 밴드 모두에게 관심과 애정이 생겼다. 공연마다 점점 더 좋아지는 그들의 실력과 무대 매너를 보며 기특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음악(기타)을 전공하겠다는 아들 덕분에 밴드에는 더 많은 관심이 갔고, 그 관심은 자연스레 카메라 렌즈를 통해 기록으로 남았다.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싱어들뿐 아니라, 연주에 푹 빠져 춤을 추듯 연주하는 밴드의 모습도 모두 담고 싶었다. 나는 늘 연주자의 퍼포먼스에 시선을 빼앗긴다.


과거 12인의 첼리스트 공연에서 역동적으로 연주하는 김두민 교수에게 반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춤추듯 연주하는 밴드에 푹 빠져버렸다.


공연이 반복될수록 군악대 모두에게 정이 들었다. 행사의 마지막 날, 덕친과 함께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공연하는 그들에게 보여줄 작은 현수막을 만들어 1열에서 들어 올렸다. 공연 중 현수막을 본 장병들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공연이 끝난 후 포토타임 시간에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도 해주었다. 그리고 기념촬영 후에는 현수막을 밴드에게 선물로 건넸다.


3개월간 고생한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사진을 보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동안 군악대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시작은 지훈님이었지만 횟수가 거듭되며 군악대 모든 분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생겼습니다.
특히나 음악(기타)을 전공하겠다는 아들로 인해 밴드엔 더 관심이 생기고 응원하는 맘이 컸습니다.
여러분의 연주하는 모습에 반해 아들에게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음악을 전공할거라면 무조건 군악대는 가야한다!
널 카이스트에 보내겠다는 엄마의 꿈은 접었지만 군악대에 대한 꿈은 못 접는다. ㅎㅎㅎ
여러분의 행보에 늘 행운이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멋진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 기다릴게요. ^^


이와 함께 그동안 군악대 공연을 보며 작성했던 글의 링크도 함께 보냈다. "군 생활이 따분하고 무료하게 느껴질 때, 내 공연을 보며 희망과 꿈,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며 보람 있는 군 생활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매주 사진을 보내면서도 늘 조심스러웠다. 혹시 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공연하는 이들에게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그리고 그동안 작성했던 글을 통해 내가 얼마나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지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그들의 반응은 내게 큰 감동으로 돌아왔다.

밴드의 구성원들은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더운 날씨에 찾아와 응원해주고 사진까지 찍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건네준 현수막은 중대 복도에 걸어둘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처음 받아보는 고화질 사진이 너무 좋았고, "음악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는 말에 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또 "아드님의 입시 상담을 도와드릴 테니 언제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까지 덧붙여 주었다. 아들이 가고자 하는 길에 든든한 형님들이 생긴 것 같아 나 또한 감사한 마음이었다.


싱어들 역시 자신의 공연에 열렬한 환호와 관심을 보내준 나와 덕친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더 멋지게 성장해서 큰 무대에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미래의 슈퍼스타들을 응원하며 사진을 찍고 환호를 보냈던 나의 진심이 온전히 전달된 것 같아 기뻤다.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현수막 이벤트를 함께 준비한 덕친과 대화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하는 덕질은 결국 덕을 쌓는 일이야. 남의 집 아들들을 이렇게 예뻐하고 사랑하면, 나중에 우리 아들들도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사랑해 주지 않을까?"


덕질로 시작된 군악대 장병들과의 인연. 이 여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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