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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은 새우깡이다!

by Balbi


관심도 없던 군대 이야기와 행사에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되다니, 덕질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남편과 주변 사람들이 군대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저 지루하고 관심 밖이었던 내가, 이제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니! 국방부 군악대에서 군 복무중인 지훈(리베란테)으로 인해 많은 팬들이 군 행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국방부 군악대 팡파르대가 등장할 것 같은 행사가 소식이 들리면 발빠르게 예매하고, 주변의 인맥을 총동원하기도 한다. 그가 나온다는 정확한 정보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다. 오직 나만의 직감과 나올 거라는 희망 하나로 무모한 도전을 한다.


6월 28일 전쟁기념관 정례행사 이후 석 달 만에 그를 볼수 있는 행사를 발견했다. 바로 ‘용산 군문화 Festa’. 이 행사는 용산 어린이 정원에서 9월 27일~29일까지 진행되는 행사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군대에 대해 홍보하고 체험하는 행사다. 제76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맞아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수도권에서 시행되는 최초의 군 문화 체험행사다. 전시존(ZONE), 홍보존, 체험존, 공연존 등 6개 테마로 구분된다.


상설프로그램으로는 국방도서 및 국군사 전시, 육·해·공·해병대·주한미군 홍보관, 장비 전시·탑승 체험, 시뮬레이터 AR·VR체험, 전투훈련체험(전투장비, 유격 에어 바운스, 에어로렛, RC카), 군복착용 체험/인생네컷, 캐리커쳐·헤나·페이스페인팅, 푸드트럭, 버스킹 공연 등이 진행된다. 태권도 시범, 군악·의장대 시범, 블랙이글스 축하비행(28일 오후 3시 40분), 퇴역견 분양행사도 포함된다.


초등학생인 둘째를 앞세워 28일 토요일에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 3일 모두 가고 싶었지만, 연속 3일이라 망설이다가 결국 27일 하루만 더 추가 예약했다. 용산 어린이 정원이 사전 예약해야만 방문 가능한 공간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예약을 고민할 때는 일단 망설이지 말고 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실제로 9월 8일에 예약창이 열리자마자 28일(토) 입장 인원은 이미 조기 마감되었다는 팝업창이 떴다.


또한, 9월 30일에는 KBS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 촬영이 이곳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있다. 다만, 이 촬영은 군 가족 등 관련자만 참석이 가능하단다. 주변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까운 지인 중에 군인이 있나 생각하고 남편에게 물었다.


“친구중에 군인 있나 잘 생각해봐.”

"친구는 없고, 아들 친구 00이 아빠가 군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다! 아들 지금 바로 00이한테 문자 보내서 물어봐.”


잠시후 티켓팅이 가능한지 알아봐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답변이 왜 갈수 있다는 소리로 들렸던가? 포기했던 공연을 갈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급 행복했다. 5분정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까...


“엄마, 이미 티켓팅이 끝났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알아봐줘서 감사하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5분 정도 너무 행복했잖아.”


그렇다. 덕질을 하면서 늘 하는 말 ‘어덕행덕 : 어차피 하는 덕질 행복하게 하자’.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덕질이니, 작고 소소한 희망에서 행복을 찾으면 그 덕질은 이미 목적을 다한 것이다.


책 <행복의 기원>(서은국 저)을 읽다 보니, 개에게 서핑을 가르치기 위해 새우깡을 사용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를 보며 문득, 내가 하는 덕질도 나에게는 일종의 ‘새우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73
그러면 개는 왜 그토록 새우깡을 먹으려고 했을까? 새우깡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먹을 때 개의 뇌에서 유발되는 쾌감 혹은 즐거움 때문이다. 개는 이 쾌감을 다시 느끼기 위해 새우깡을 계속 원하게 된 것이고, 그 과정의 누적이 서핑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한마디로 행복의 본질은 개에게 서핑을 하도록 만드는 새우깡과 비슷하다. 차이점은 인간의 궁극적 목표가 서핑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점이다. 서핑과 생존. 차원이 다른 두 목표지만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이 필요하다. 개 주인이 사용한 수단은 새우깡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은 기막힌 설계를 했다. 내 생각에, 개에세 사용된 새우깡 같은 유인책이 인간의 경우 행복감(쾌감)이다. 개가 새우깡을 얻기 위해 서핑을 배우듯, 인간도 쾌감을 억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오늘의 명제. 덕질은 새우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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