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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사랑은 사진으로 표현된다

by Balbi


덕질을 하며 생긴 또 하나의 취미는 사진이다. 멋진 공연의 순간을 눈으로만 담기는 아쉽다. 기억은 금방 휘발되니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글, 사진, 영상 모든 것이 소중하다.


오래전, 큰아이 유아때 구매해서 잠시 사용하다 구석에 애물단지처럼 있던 카메라를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잘 사용하고 있다. 카메라의 설정 값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작품이 되는 야외 촬영은 비교적 쉽다. 연사로 촬영한 수백 장의 사진 중 맘에 드는 사진 10장 정도만 건지면 그날은 성공이다. 어둡고 화려한 조명의 실내 공연장은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으려면 카메라가 더 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늘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이 피사체에 대한 사랑이나 애정을 표현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사진은 시각적 매체로, 작가의 감정과 의도를 너무나 잘 표현해준다. 수백 장의 사진 중에서 일단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1차로 걸러주고, 그 다음은 구도와 조명, 표정과 포즈 등을 보며 A컷을 선택한다. 사진을 선택할 때 내가 찍었지만 너무 멋지게 잘 찍었다는 생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사진들이 있다.


과거 아이들의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이 피사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 아이의 예쁜 모습을 부모인 나만 담으니 비교 대상이 없었다. 그러나 덕질을 하며 덕친들이 찍은 아티스트의 사진을 서로 비교해 보니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덕친들 중 나의 오래된 카메라와는 비교 불가인 좋은 장비의 카메라로 작품 사진을 찍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의 모든 사진은 정말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들의 사진에서도 이 말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으니 그것은 그들의 최애 사진을 보는 때이다. 리베란테 네 명의 아티스트 모두를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각자의 최애가 있다. 최애 사진에서는 그동안 봐왔던 다른 아티스트의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랑과 애정이 듬뿍 느껴진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보는 순간 느껴진다. 거짓을 말할 수 없다.


최근 전쟁기념관 정례행사에서 지난 글에 소개되었던 새싹 아티스트를 덕친들이 좋은 장비로 촬영해 주었다. 좋은 장비로 촬영을 해주었기에 기대하며 그들의 사진을 보았지만 그들의 사진에서는 사랑과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일반적인 보도 자료로 쓰일 사진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분명 좋은 장비로 촬영한 고해상도의 선명한 사진인데…….


아티스트의 사진을 찍어보기 전에는 이 행위가 그저 자기만족이고 내가 기록, 소장하고 싶어서가 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진을 찍어보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모습을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촬영에 집중하다보면 공연의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다. 공연의 내용보다 공연 순간순간의 멋진 모습을 남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에 촬영을 하다보면 공연에 대한 기억은 저 뒤편으로 사라진다.


찐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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