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공연을 본 후~
“딩~ 딩딩딩 딩딩딩 딩딩딩딩딩~~”
맑고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귀를 사로잡았다.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우와, 너무 멋있잖아!’
처음으로 아들의 무대를 보며 그를 ‘멋지다’고 느꼈다.
지난 주말,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공연에 참여했었다. 사실 공연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어떤 곡을 연주할지, 몇 곡을 할지, 심지어 팀 이름조차 제대로 몰랐다. 아들은 “그냥 학교 밴드부 공연 같은 거야”라고 했고, 나는 큰 기대 없이 사진이나 몇 장 찍어줄 생각으로 갔다. 작년 학교 축제에서 봤던 밴드부 공연이 떠올랐다. 꽤 괜찮긴 했지만, 청소년들의 무대라는 점에서 한계를 느꼈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시작부터 달랐다.
학교 밴드부 클립이 무대에 올랐고, 인트로가 시작된 지 단 3초 만에 마음이 완전히 뒤집혔다.
“딩~ 딩딩딩 딩딩딩…”
어쿠스틱 기타의 경쾌한 리듬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짧은 순간, 내 눈빛은 덕질하던 아티스트를 바라보던 바로 그 눈빛으로 바뀌었다.
‘와, 너 정말 진심이구나!’
동시에, 그동안 아들에게 수없이 했던 잔소리와 구박의 기억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공부 안한다고 잔소리해서 미안하다. 너 정말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아들이 연주한 윤하의 오르트구름은 그날 처음 들었는데,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되는 인트로를 이렇게 잘 살려낼 줄이야. 그의 연주는 무대를 넘어선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자연스레 리베란테의 무대가 떠올랐다. 지난 10월, Art For;rest 페스티벌에서 본 리베란테의 연주는 아직도 생생하다. 아름다운 야외에서 가을의 분위기에 흠뻑 빠진 팬들과 그 어느때보다 더 반짝이던 멤버들이 빛을 발하던 그 무대의 열기가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당시 리베란테를 응원하며 소리치고 박수치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깨달았다. 그 순간의 내가 느꼈던 감정은 바로 지금 아들의 무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았다.
아들은 나에게 또 다른 덕질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리베란테의 무대에서 느꼈던 그 전율, 그리고 그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의 마음이 이제는 아들의 무대에서 재현된 듯했다. 아들이 속한 또 다른 팀, 밴드 이상의 공연은 그런 나의 마음을 더욱 단단히 붙들었다. 단순히 아들이 속한 팀이라서가 아니었다. 무대의 완성도, 팀워크, 그리고 연주의 깊이가 훌륭했다. 공연 후, 밴드 리더가 청소년수련관에서 성실히 활동한 공로로 표창장을 받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아들이 이런 멋진 형들과 함께 활동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했다.
밴드 이상은 너드커넥션의 Back in Time과 검정치마의 Antifreeze를 연주했다. 연주 하나하나가 빛났다. 다음 공연에서는 어떤 곡들을 선보일지 벌써 기대된다.
“찰칵, 촤락촤락촤락, 찰칵, 촤라라라락~”
덕질을 하며 사진 찍기에 취미를 붙인 나는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다. 하지만 조명이 있는 실내에서 촬영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수백 장의 사진 중 겨우 두 장만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그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은 멈출 수 없었다.
공연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편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자기야, 아들 덕질하며 사진 찍어야 하니까 카메라 하나만 사줘~”
농담 같은 말이었지만, 진심이었다.
아들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그를 새롭게 이해하고 바라보게 만든 중요한 순간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 그 자체가 얼마나 빛나는지 깨닫는 날이었다.
12월에 있을 밴드 이상의 공연 포스터를 디자인 해주기로 했다. 아들이 빛나는 순간을 더 멋지게 담아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멋지게 만들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