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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첫 팬레터

by Balbi


손글씨로 편지를 쓴다는 것은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컴퓨터와 핸드폰을 통해 이메일이나 문자로 쉽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에 손글씨는 마치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성을 담기에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만큼 좋은 것이 없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손편지나 선물을 전하는 것은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하면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손편지를 쓴 게 언제였을까?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도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10대 시절부터 좋아하던 발라드 황제에게도 그 흔한 팬레터 한 번 보내본 적이 없다. 용기도 부족했고, 바쁜 그가 과연 내 편지를 읽기나 할까 하는 생각에 소극적으로 덕질을 하곤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성격이 변한 덕인지, 덕질에 있어 새로운 도전을 참 많이도 하게 되었다.


지난 6월, 처음으로 팬레터라는 것을 써보았다. 리베란테 네 명의 아티스트에게 각각 손편지를 썼다.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최대한 예쁘게 쓰려 노력했지만, 많은 양을 한 번에 쓰다 보니 글씨가 점점 엉망이 되어 갔다. 편지 내용은 약간씩 달랐지만, 네 명 모두에게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1주년을 맞아 작은 선물과 편지를 보낸다는 이야기, 팬텀싱어를 통해 김지훈, 진원, 정승원, 노현우라는 네 명의 아티스트를 알게 되면서 지난 1년 동안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내가 디자인한 것들에 어떤 마음이 담겼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멋진 활동을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막내 현우에게는 둘째의 손편지가 따로 추가되었다.


"서현아 엄마 오빠들한테 편지 써서 보낼 건데 너도 쓸래?" (덕질을 조장하는 애미라니…….)

"응, 나 현우 오빠한테 편지 쓸래."


사실 손편지를 쓰기 전에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티셔츠를 만들었다. 리베란테의 첫 시작 진지맛집 콘셉트에 맞춰 그들의 서사를 순서대로 메뉴판 이미지로 디자인해 티셔츠로 제작한 것이다. 이 티셔츠를 둘째와 커플룩으로 맞춰 입고 나니, 둘째가 1주년 기념 선물로 현우 오빠에게 보내자고 제안했다. 처음엔 현우 오빠에게만 보내 자더니 잠시 후 다른 오빠들도 보내주자고 해서 네 명의 멤버 모두의 티셔츠를 제작했다.

그들에게는 명품 같은 좋은 선물이 넘쳐날 테지만,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특별한 기념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티셔츠는 기성품처럼 보이도록 태그까지 직접 제작해 달았고, 포장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원래는 티셔츠와 손편지만 보내려 했으나, 편지를 쓰면서 선물을 하나 더 추가했다. 내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두 권의 책을 각각 멤버들에게 함께 보내기로 했다.


이 선물과 편지가 그들에게 잘 전해졌을까? 궁금하지만 알 길은 없다. 다만 우체국 택배로 보낸 물건이 6월 14일에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았을 뿐이다. 그들에게 내 마음과 정성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둘째의 편지를 보고 현우 오빠가 방긋 웃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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