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시야 방해석에서의 공연 관람 후기
좋은 오디오와 최상의 환경에서 녹음된 음원을 뒤로하고 굳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수많은 공연장을 찾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단지 음원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라이브를 듣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어제 공연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모든 공연을 매번 최상의 자리에서 관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연을 거듭할수록 자리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무대와 더 가까운 곳으로 전진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앞에서 공연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팬들의 마음이 같기 때문에, 중앙 5열 이내의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번 공연에서도 티켓팅에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는 자리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할 바에야 가장 저렴한 시야 방해석에서 노래에만 집중하고 오자는 생각으로 시야 방해석을 예매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자리가 생각보다 무대와 가까워서 '생각보다 괜찮다'고 여겼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그 생각은 점점 희미해졌다.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옆모습과 뒤통수만 보일 뿐, 아티스트들의 표정이나 퍼포먼스를 전혀 볼 수 없었다. 코앞에 아티스트가 있음에도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니, 참 아쉬웠다.
공연이 끝난 후, 후회가 밀려왔다. 집에서 잠실에 있는 롯데콘서트홀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데 편도 1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긴 시간을 투자했는데도 감동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공연이라니……. 지금까지 어떤 공연에서도 이런 경험은 없었다. 보통 공연이 끝나면 받은 감동의 여운으로 잠들기 힘들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내가 무엇을 보고 들은 건지조차 남는 게 없었다. 이 경험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공연의 감동은 단지 노래뿐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노래를 부르며 짓는 표정과 퍼포먼스,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전달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시야 방해석이라는 자리가 정말 단순히 시야만 방해되는 것일까? 밴드의 연주곡을 듣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싱어들이 마이크를 통해 부르는 노래에서는 음향적으로 많은 문제를 느꼈다. 싱어들의 발음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큰 발성과 높은 고음은 그나마 들을 만했지만, 잔잔하고 애잔함을 표현하는 섬세한 부분에서는 발음이 뭉개져 웅웅 울렸다. 처음에는 밴드의 반주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마지막에 멤버들이 세션들을 소개할 때조차 이름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결국, 시야 방해뿐 아니라 음향까지 방해되는 자리였던 것이다. 공연 후 개인 SNS에 올라온 공연 영상을 확인해 보니, 녹음된 영상에서는 명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문제는 내 자리였음을 확실히 깨달았다.
고퀄리티 음원과 라이브 공연의 차이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내 부족함이 크다. 단순히 음악 감상이 목적이었다면, 좋은 헤드폰으로 고퀄리티 음원을 듣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장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공연장을 찾은 이유는 단지 음악 감상만이 아니었다. 라이브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티스트의 에너지, 공간의 음향, 무대 연출과 조명 등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몰입감이 중요한 이유였던 것이다. 그것을 시야방해석에서 공연을 관람한 후에야 깨닫다니…….
공연은 단순히 아티스트의 노래를 듣기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아티스트와 교감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시야방해석은 오케스트라 연주에만 이용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