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공연 준비와 후기_아들 덕질의 시작인가
사춘기 중2병 아들은 요즘 밴드 활동에 푹 빠져있다. 12월 여러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학교축제를 시작으로 고등학생 형들과 함께하는 밴드는 두 개의 여고 축제와 합동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공부는 뒷전이고 밴드 활동에만 진심인 녀석이 걱정스럽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억지로 되는 건 없다는 걸 알기에 아주 가끔씩 “아들 시험이다. 제발 공부 좀 해라.”하고 잔소리를 할 뿐 꾹꾹 참고 있다. 덕질을 하며 만나는 아티스트들을 보며, 미래 우리아들도 멋진 아티스트가 될 거라는 희망을 꿈꾸며 참고 또 참는다.
공연을 하는 아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할거면 제대로 해라. 대충, 얼렁뚱땅,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하지 마라.”
그래서 12월 합동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포스터 제작을 해주겠노라고 제안했다.
“아들, 형들이 공연 포스터 필요하다고 안 해? 공연하려면 기본이 포스터지. 우리 공연해요 하고 알려야지.”
“모르겠는데, 물어볼게.”
며칠 뒤
“형들한테 물어봤어?”
“응. 엄마, 형이 포스터 해달래.”
포스터에 필요한 정보를 아들에게 정리해 주고 형들에게 내용을 받아 오라고 했지만 진행이 더뎠다. 답답한 진행 상황에 리더 형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포스터 제작을 완료했다. 두 가지 시안 중 첫 번째가 선택되었고, 10장을 인쇄해 지원했다.
작업을 하다 보니 슬로건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만 반사 슬로건을 들고 응원하려 했지만, 종이 슬로건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 공연이 더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슬로건 흔들어 줄게. 재밌겠다. 그치? 슬로건 제작 해야겠네.”
“아이, 하지마. 그런 거 왜 해.”
“야 공연장 가봐. 슬로건은 기본이지!”
“하지 마.”
방으로 들어간 아들을 본 둘째가 슬쩍 말했다.
“엄마, 오빠 몰래 만들면 되지. 재밌겠다. 하자.”
“그럴까?”
그렇게 종이 슬로건을 제작해 공연장에 온 관객들과 나누며 모두가 무대 위 아티스트들과 함께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슬로건의 문구는 ‘응원해*사랑해, 꿈을 향한 여정에 늘 함께할게’ 아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메시지였다.
12월 29일, 밴드 '이상'의 공연 날이 되었다. 서둘러 공연장에 갔지만 입장이 제한되어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이런, 가족찬스도 없다.’ 돌아와 보니 이미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1열 병’에 걸려 1열을 사수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3열에 자리를 잡았다.
공연 기록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1, 2열 사람들에 가려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꽤 많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공연을 위해 준비했던 슬로건을 주변에 나눔을 하고 흔들며 공연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무대 위 아이들에게는 깜짝 선물 같은 슬로건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슬로건이 잘 보였냐고 묻자 "잘 보였다"는 대답과 함께 싫지 않은 표정을 보였다. 밴드 형들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 왔다. 공연을 위해 지원해주었던 공연 포스터는 인기 아이템이 되었다. 공연장 입구에 붙어있던 포스터를 공연을 보러왔던 친구들이 예쁘다며 돌돌 말아서 가져가는 풍경이 연출되었다.
아이들의 공연이지만, 제대로 된 공연이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지원을 해주었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무대를 꾸미고 관객과 교감하며 공연 준비의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번 공연이 그 첫걸음이 되었기를 바란다. 무대에서 땀 흘리고 준비에 진심을 다한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값진 경험으로 남길 바라면서 말이다.